베트남 겨냥한 쥐 침입방지 세탁기피자 자주 먹는 데서 착안한 북미시장용 ‘피자 전자레인지’초고주파 발생시켜 ‘뎅기 바이러스 주범’ 모기 쫓는 인도네시아용 특수 에어컨
각국의 독특한 자연환경이나 생활 여건에 맞춰 설계된 ‘톡톡 튀는’ 가전제품들을 알아봤다.》
○ 병충해를 막아라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 5월 베트남에 ‘쥐 침입방지 세탁기’를 수출해 눈길을 끈다. 상대적으로 쥐가 많은 이 지역 특성을 감안해 세탁기 하단에 철로 만든 판재(랫 프로텍터)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에선 세탁기 밑구멍으로 쥐가 들어와 기판이나 전선을 갉아먹어 고장을 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 고유문화 꿰고 있어야
각국의 고유한 의류, 음식, 주거문화도 가전업체들이 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에 세탁기를 수출하면서 ‘사리 코스’ 항목을 특별히 추가했다.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세탁하는 전용코스로, 해당 옷감에 맞춰 유속과 탈수 속도를 정밀하게 조정했다. 삼성은 “자체 개발한 수류 덕분에 긴 사리가 세탁기 안에서 잘 엉키지 않아 현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우일렉은 피자를 자주 먹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피자 전자레인지’를 내놨다. 피자를 조리하는 오븐과 일반 전자레인지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 전자레인지 위에 피자를 구울 수 있는 전용 그릴을 설치해 지름 30cm 크기의 피자를 구울 수 있다.
○ 열악한 전력상황도 고려
부족한 발전시설로 자주 정전을 겪는 신흥국의 열악한 전력상황도 가전업체들은 놓치지 않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서아프리카에 냉장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이 지역에선 처음으로 컴프레서에 ‘저전압 가동’ 기능을 넣었다.
기존(150∼160V)보다 더 넓은 범위의 전압대인 135∼290V에서도 냉장고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아프리카 지역 소비자들은 냉장고가 꺼져 음식이 상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전압 편차를 줄여주는 안정기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삼성전자도 구소련 지역인 독립국가연합(CIS)에 ‘고전압 보호’ 기능을 갖춘 드럼세탁기를 수출하고 있다. 불안정한 전원 공급으로 제품수명이 짧아지는 것에 착안해 과전압이 흐를 때 이를 자체 감지해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천차만별의 각 지역 자연환경도 제품 설계 당시부터 고민해야 할 요소다. LG전자는 최대 영상 50도까지 오르는 중동지역의 기후에 맞춰 ‘타이탄’ 에어컨을 최근 출시했다. 독자 개발한 ‘스큐 팬’을 적용해 냉방 풍량을 기존 제품보다 20%가량 높이는 동시에 소음은 줄였다. 이와 함께 사막의 모래먼지와 건조한 기후로 호흡기 질환이 많은 것을 고려해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에어 크루저’를 달았다.
삼성전자는 칼슘 등이 많이 함유된 경수(硬水)가 흔한 CIS 지역에 ‘특수 코팅’을 입힌 세탁기를 팔고 있다. 세탁히터에 금속물질이 달라붙어 제품의 내구성이 약해지지 않도록 한 조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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