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쳐 텝스 1836점, HSK 20급
뛰어난 중국어, 영어 실력을 갖춘 김선진(경기외고 3·오른쪽), 나은(수원외고 2) 남매. 오빠 선진 군은 주중대사, 동생 나은 양은 중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모두 중국어과에 다니는 두 남매는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영화와 소설을 보거나 원어민과 대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들이 중국어와 영어를 잘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10년 전 아버지 김희중 씨(45·경기 화성시)는 앞으로 중국의 힘이 점차 강대해질 것을 예상하고 두 자녀를 화교 학교로 전학시켰다.
“둘 다 한자라고는 단 한 자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졸업할 때쯤엔 친구들과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했죠. 그때 봤던 ‘서유기’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중국어가 재밌었어요. 중국어 공부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죠.”(김 군)
김 군은 이 시절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로 인생의 꿈을 찾은 것을 꼽는다. 김 군은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당시 주중 대사관이었던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김 대사가 쓴 책 ‘떠오르는 용 중국’을 읽고서 외교관들이 한중 수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게 됐다”면서 “나도 그들처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외교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 군은 1년 후 한국에 돌아와 외국어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외무고시를 염두에 두니 영어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팬인 김 군은 매일같이 NBA 온라인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읽었다. 처음엔 단어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야 했지만 이내 한국말 읽듯 자연스럽게 영어를 소화할 수 있었다.
동생인 김 양 또한 중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작문 연습 등 노력을 계속했다. 김 양은 “깊은 뜻이 함축된 한시를 좋아해, 유학 시절 구입한 당송대 시집을 지금도 들춰 본다”고 전했다.
두 남매는 자신들의 언어능력을 활용해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반년간 집 근처 교회에서 초등학교 2∼6학년생들을 가르쳤다. 오빠는 영어, 동생은 중국어를 맡았다. 단어카드를 직접 만들 정도로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김 양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중국어 교사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