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비무장 흑인청년 사살한백인경찰에 ‘과실치사’ 평결흑인사회 “인종차별” 들끓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쏘아죽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백인 경찰이 8일 유죄 평결을 받았다. 하지만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흑백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법원 배심원단은 8일 흑인 오스카 그랜트(사망 당시 22세)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요하네스 메설리 전직 경관(28)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메설리 씨는 2009년 1월 오클랜드 철도 역사 내에서 벌어진 몸싸움을 진압하던 중 바닥에 엎드린 그랜트의 등에 총을 쏴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목격자들이 촬영한 당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흑인사회는 들끓었고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번진 로드니 킹 폭행 사건처럼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메설리 씨는 법정에서 “그랜트가 저항하는 것에 화가 나 전기총을 꺼내려다가 권총을 잘못 뽑았을 뿐”이라며 살인 의도를 부인했다. 배심원단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2급 살인죄 대신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최대 형량은 살인죄보다 낮은 징역 4년이지만 메설리 씨는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중 처벌돼 징역 6년 이상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판결은 8월 6일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