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긴장 ON’… 오바마 참모 8인의 잠못드는 삶멀린 합참의장 - 새벽3시 바벨 들며 일과 구상패네타 CIA국장 - 타이레놀 먹으며 비행기 쪽잠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 - 잠자리서 테러 극비문서 점검
새벽운동… 안보회의… 밤샘집무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안보를 다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들에게 편안한 밤은 없다. 오전 4시에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왼쪽)과 귀가 후 집에서 비밀문서를 검토하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오른쪽)도 24시간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외교안보라인이 밤새 만들어낸 보안문서는 다음 날 아침 백악관에서 열리는 안보회의(가운데)의 주요 논의사안이 된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휴대전화는 24시간 내내 통화 대기 상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시간대에 미군이 활동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 관련 상황은 게이츠 장관을 통해 백악관으로 보고된다. 펜타곤 집무실은 물론 사저 지하실에는 보안요원들이 상주하며 상황 발생 시 언제라도 게이츠 장관의 방문을 두드린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늘 긴장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는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자 머리기사에서 외교안보 참모진의 긴장된 삶을 르포 형식의 기사로 생생히 전달했다. 자신의 혹독한 삶을 공개한 참모진은 멀린 의장, 게이츠 장관 외에도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 에릭 홀더 법무장관, 마이클 라이터 국가대테러리즘센터(NCTC) 소장,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8명이다.
홀더 장관은 심야의 고독을 즐긴다. 대략 오후 11시경 귀가하는 그는 이미 잠자리에 든 자녀들의 방에 들러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부엌으로 향한다. 집무실에서 가져온 서류더미를 식탁에 늘어놓고 고요 속에서 복잡한 법률 사안과 한판 씨름을 벌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률 현안에 대한 중대결정을 모든 사람이 잠든 한밤중에 혼자 내린다는 것. 그는 “여론과 정치적인 목소리를 벗어나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침묵이 지배하는 내 집은 내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국내 테러 정보에 대한 극비문서를 점검해야 한다. 그는 “내 일과를 나눈다면 이 시간은 한 4막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집무실에서의 일상 업무, 의회에서의 증언과 의원들과의 면담, 각종 외부행사와 연회 등이 늘 벌어지지만 진짜 드라마는 아주 애매한 시간에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리는 화상통화 시간은 통상 오전 1시. 밤 12시까지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종합된 테러 관련 정보를 관계 당국자들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만들어진 NCTC는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면서 4000여 개에 이르는 리포트를 분석하고 테러 관련 정보를 통합해 종합평가를 내리는 일을 맡는다.
밤을 새워 일하는 외교안보 참모들이 생산한 중요한 문서들은 다음 날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리는 안보 관련 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온다. 관련 당국자들은 고동색 가죽으로 정성스럽게 철해진 극비문서인 ‘대통령 일일 보고’를 대통령의 책상에 올려놓는다. “좋은 아침”이라며 밝은 얼굴로 집무실에 들어온 오바마 대통령은 탁자에 올려진 체리를 입에 물면서 “자 시작해 봅시다”라고 말문을 연다. 그제야 백악관의 유리창에 햇살이 쏟아진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안보회의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