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찬호 경주대 교수 일가족의 ‘마지막 여행’꿈같은 해외여행길이 악몽으로부모-형-여동생 모두 숨져할머니 “손자가 들을라” 울음 삼켜
오열 인천대교 인근 버스 추락사고로 숨진 임찬호 경주대 교수의 유가족들이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오열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3일 오후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임성준 군(7)의 할머니 전예호 씨(68)는 소리내 울지 못했다. 이 사고로 전 할머니는 성준이만 빼고 아들과 며느리, 끔찍이 아끼던 두 손주를 모두 잃었다. 인하대병원 응급실 앞 간이침대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 소리 없이 눈물 흘리던 전 할머니는 오후 11시경 뒤늦게 도착한 사돈 내외를 보고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고 우리 아이들 아까워서 어떡하노.”
성준 군 아버지 임찬호 경주대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42)는 이날 오전 가족들과 싱가포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 연구와 책밖에 모른다고 투정하던 아내 이현정 씨(39)와 자주 놀아주지 못한 삼남매 성훈 군(9), 성준 군, 송현 양(3)이 눈에 밟혔던 터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학회에 맞춰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유가족들에 따르면 임 교수는 매우 가정적인 아빠였다. 연구와 강의 준비에 바쁘면서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한 달간의 ‘아버지 학교’ 과정도 수료했다. 성준 군의 고모부인 정남진 씨는 “뒤늦게 얻은 막내딸을 특히 예뻐했던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전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경주대 임길택 학과장은 “학생들에게 열정적이어서 강의 평가에서도 늘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고 애도했다.
광고 로드중
종잇장처럼 구겨진 버스 승객 24명을 태운 고속버스가 3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영종나들목 인천공항 방면 500m 지점 연결 교량 밑으로 추락해 승객 12명이 사망했다. 뒤집힌 채 떨어져 종잇장처럼 구겨진 버스에서 구조대원들이 사망자와 부상자를 끌어내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중부소방서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영상 = 처참한 버스 사고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