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분단의 비극”… 형량 낮춰 징역 10년 선고컵라면 즐기고 ‘연예인 이름 암기’ 자랑 등 순진“지 금도 나가면 임무 완수” 맹목적 충성 ‘양면성’
“배신자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동 씨와 김명호 씨(36)에게 1심에서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한창)는 1일 “김 씨 등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남겨둔 가족들의 신변을 걱정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렇게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감안해 형량을 낮췄다.
○ “가족들 생각하면 눈물”
5월 초. 17일간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송치된 김 씨와 동 씨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자리에 꼿꼿이 앉은 채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았다. 검찰은 한 달간 이들의 얼어 있는 마음을 녹이는 데 주력했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이들은 가족에 관한 질문에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표현하면서도 가족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려 했다. “꿈에 다섯 살배기 딸이 나타났습니다. 자기를 버려두고 간 아버지를 평생 원망하겠다고 합디다.” 김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검사의 질문엔 “우리 조국은 그렇게 너절한 곳이 아니다. 우리 임무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우리 조국이 가족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검찰도 마음을 열었다. 지난달 23일 검찰은 구형 논고를 통해 “이들은 뛰어난 명석함으로, 순진무구한 유머 감각으로 검사들을 놀라게 했다”며 “남북이 갈라진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적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이들도 공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감정을 가진 터미네이터’
하지만 이들의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은 무서울 정도였다. 두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면 급히 부동자세를 취하는 등 맹목적인 충성심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들은 ‘체포는 곧 변절’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 사람은 “우리가 체포돼 조국을 배신했지만 조국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동영상=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인터뷰
광고 로드중
《 동아닷컴 인기화보 》
☞ 공군 최초 전투기 ‘전설의 무스탕 편대’
☞ ‘선정성 논란’ 휩싸인 디젤 광고사진
☞ 비키니 차림 승무원?…러 항공사 자극적인 광고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