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스킬’은 없지만 ‘창의적 재능’을 보았다성취욕 높아 수업 적극적성적도 실기 입학생 못지않아기초부족-학생 부적응 지적도
하지만 홍익대는 무실기로 2010학년도 자율전공 신입생을 선발했다. 2009학년도에도 자율전공 학생을 선발했지만 이때는 50분가량 간단한 실기시험이 치러졌었던 만큼 ‘그림’을 아예 보지 않고 학생을 선발한 것은 처음이었다.
○ “첫 학기 만족스러워”
떨리는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안도감이 묻어났다. ‘정답’이 존재하고 그 정답을 모방하게끔 하는 입시미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독일 유학을 준비하다 자율전공학부를 통해 홍익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한 오새얼 씨(19). 그는 “입학하기 전에는 ‘실기’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라며 “물론 실기 전형 학생들이 풍경화나 정물화 등에서의 표현능력은 뛰어나지만 무실기 전형 학생들이 창의력에서는 오히려 돋보이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분석한 통계수치도 긍정적이다. 2010학년도 무실기 전형과 유사한 면접 위주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된 2009학년도 자율전공 입학생들의 대학 성적이 실기를 치른 일반 입학생에 비해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전공 실기과목 평점평균에서 0.15점 정도 낮았으나 전공이론과 교양 과목에서는 도리어 자율전공 입학생의 평점평균이 각각 0.05, 0.13점 높았다. 실기과목에 대한 흥미나 집중도도 높았다. 자율전공 입학생들의 평균 전공실기 수강과목 수는 8.83개로 일반 입학생(4.98개)보다 훨씬 많았다.
○ 실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어
불과 한 학기가 지난 만큼 홍익대의 실험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남아있다. 서울의 한 미대 교수는 “사교육에 의해 훈련된 학생보다 창의적인 학생을 뽑겠다는 홍익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요한 전형요소인 실기를 아예 빼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홍익대 미대의 한 교수는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도 일부 보이고 또 가르치는 미대 교수들 입장에서는 기초가 제대로 안 닦인 학생들을 상대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교수들 사이에서는 무실기 전형에 대해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