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함에 따라 허정무(55) 감독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두 번째이지만 당시와 달리 장기 합숙훈련 등 전폭적 지지가 없었고 주최국 이점도 전혀 없는 적지에서 이룬 것이라서 의미가 더 크다.
2002년에는 네덜란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쾌거가 이뤄졌지만 이번 월드컵은 한국인 사령탑이 이룬 거사라는 점도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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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명은 고집불통 성격을 잘 말해주는 '진돗개'다.
40대 초반에 처음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1998¤2000년에는 선수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지닌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로 통했다.
허 감독은 2007년 12월 대표팀을 다시 맡았을 때만 해도 일방통행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다시없을 기회를 만났고 연륜도 쌓인 듯 상당히 합리적인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얘기다.
그는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자율과 화합을 점차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의 7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보이지 않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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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월드컵 최종명단 확정을 앞두고 소수 선수를 탈락시키는 칼자루를 쥔 입장에서도 선수들을 다독이는 게 자신의 역할임을 알고 중대 고비를 심각한 갈등 없이 넘겨냈다.
국민스타 출신으로서 '그따위로 해서 태극마크를 달겠느냐'는 말을 일삼던 권위주의를 버리고 경쟁을 치르는 선수들의 어깨를 보듬을 수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이다.
선수, 트레이너, 코치, 감독으로 잇따라 월드컵을 치러내면서 대표팀의 산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었던 것이 결국에는 이 같은 외유내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관측도 있다.
허 감독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했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대표팀 트레이너로 동참했으며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코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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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바둑 아마 4단의 고수로서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전법을 그라운드에서도 신조로 삼는다고 밝힌 바 있다.
'내 돌을 먼저 살리고 나서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간다'는 뜻으로 수비를 굳건히 하고 기회가 생길 때 한방의 결정력으로 승부를 가르겠다는 태도로 본선에서도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제외하면 그런대로 효율적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필생의 업적이 될 이번 월드컵에서 그의 리더십이 얼마나 더 많은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