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벌써부터 M&A 기싸움 모드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우리도 M&A의지 확고”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인수합병(M&A)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은행권 M&A를 둘러싼 기(氣)싸움이 시작됐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인 김 회장은 1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이주민 지원 전문기관인 ‘지구촌 사랑나눔’을 방문한 자리에서 M&A 추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금융의 M&A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어 어 내정자가 우리금융그룹 합병을 언급한 데 대해 “M&A라는 것은 상대방이 있는데 (그렇게) 특정 대상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은 KB금융과 함께 우리금융의 유력한 합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맹목적인 대형화가 목적이 아닌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성,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합병 과정에서도)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과 논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5일 어 내정자는 “우리금융이 KB금융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돼 있어 시장에 나오면 조건을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며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한 대등 합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금융권 재편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금융그룹 수뇌부 간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