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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소보로빵 홀랑 태웠지만 맛은 끝내줬어요”

입력 | 2010-06-18 03:00:00

KBS2 ‘제빵왕 김탁구’서 주인공 맡은 윤시윤
소지섭 - 김남길과 지상파 수목드라마 3파전




제빵왕 김탁구’의 타이틀 롤을 거머쥔 윤시윤은 거침없이, 그러나 겸손하게 말하는 ‘말발’이 돋보였다. 그는 “드라마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전광렬 선배님처럼 카리스마 있고, 월드스타 비 선배님처럼 노력한 만큼 당당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후불, 아니 외상이라고 해야 하나요? 제가 받은 사랑만큼 아직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뒤늦게나마 갚아 드리는 게 목표예요.”

KBS2 새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윤시윤(24)은 말을 잘했다.

“오래 입으면 입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러닝셔츠처럼 친숙한 것이 시대극의 매력이다”, “건강한 배우라는 것은 교만하지 않되, 자신을 보호할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이다” 등 질문마다 솔깃한 명언들을 따박따박 쏟아냈다. 모아 놓으면 ‘어록’도 될 법했다.

최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는 민감한 질문마다 겸손함 반, 자신감 반이 섞인 ‘외교적 레토릭’을 구사해 팬들로부터 ‘개념 시윤’ ‘말발 시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기자의 칭찬에도 “질문이 좋아서 대답이 잘 나오는 것”이라고 받아 넘기는 달변이 놀라운 이유는 그가 ‘초짜’ 배우이기 때문. 올 3월 종영한 MBC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데뷔작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정극 경험이 없는 그가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에서 주연 자리를 꿰찬 데 이어 드라마 타이틀 롤까지 맡았다는 것.

김탁구는 거성식품의 회장(전광렬 분)이 보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회장의 아내(전인화)가 옛 연인과 정을 통해 낳은 아들(주원)의 견제 속에서도 제빵 명인으로 성장해 가는 꿋꿋한 캐릭터다.

윤시윤이 그런 김탁구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동시간대 경쟁작 ‘로드넘버원’(MBC)의 소지섭, ‘나쁜남자’(SBS)의 김남길에 밀린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소지섭, 김남길… 그리고 윤시윤? 에이, 저를 두 분 이름과 나란히 놓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죠. 선배님들이 흘린 땀과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하지만 저는 모자라도 탁구라는 캐릭터는 경쟁작 캐릭터들에 뒤지지 않아요. 캐릭터로 승부해야죠.”

윤시윤은 소지섭이나 김남길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 두렵다고 했다. “겁먹지 않을까 겁이 나는 기분 아세요? 감사하게도 제가 부족한 걸 아시는 연출진, 선배님들이 많이 배려해 주세요.”

‘제빵왕 김탁구’의 방영 첫 주 성적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 아직은 아역 배우가 김탁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있다. 윤시윤은 24일 방송될 예정인 6회 마지막 장면부터 등장한다.

“신기하게도 어린 탁구를 맡은 아역 배우가 장난 칠 때 발음을 뭉개는 버릇이 저랑 비슷해요. 이미 사랑 받기 시작한 탁구 캐릭터를 제가 잘 살려가야죠.”

통통 튀는 신세대 스타 윤시윤의 취미는 뜻밖에 독서와 등산이다. “시윤이가 말을 잘하는 것도 책을 많이 읽기 때문”이라고 매니저가 인터뷰 도중에 끼어들었다.

“최근엔 팬들이 선물해준 법정 스님의 잠언집을 네 번이나 읽었어요. 또 웬만한 산은 다 가봤을 정도로 등산 마니아인데 친구들한테 같이 가자고 하면 질색을 하네요.”

취미는 고루해 보여도 성격은 유머러스하고 밝은 편이라고.

“요즘 함께 출연하는 영아 누나, 주원 씨랑 빵 만드는 법을 배워요. 매뉴얼대로 곧잘 하는 두 사람과 달리 저는 생크림으로 토끼 만들고 소보로빵 쿠키 부분을 양면에 다 붙여 굽는 바람에 홀랑 태워버리고 난리예요. 맛도 참 ‘창의적’이었는데 아무도 손을 안 대네요.”

그는 ‘제빵왕 김탁구’로 본격적인 연기력 시험대에 섰다. ‘말발’이 아니라 ‘연기발’을 보여줘야 한다. 데뷔작으로 뜨고도 다음 작품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경험하면서 잊혀져간 배우들이 부지기수다.

“복잡한 생각은 접으려고요. ‘김탁구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만 하면 이번 작품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위 기사의 풀버전은 동아닷컴 오감만족 O₂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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