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나는 의사입니다그런 날 믿고 마음 열어준환자 위해 제2의 삶을 삽니다”“불편한 몸으로 일하겠나 병원에서 퇴짜 맞기 일쑤힘없고 어려운 환자들에겐 말 들어주는것도 좋은 처방”
김 소장은 1971년 전남대 의대에 입학한 뒤 휴학과 복학을 거듭해 1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종합병원 인턴과정에 지원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병원마다 지원자가 모자라도 “불편한 몸으로 힘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981년 어렵게 광주 동구보건소에서 진료를 시작해 1년 뒤 북구보건소로 자리를 옮겼다.
보건소에서 2, 3년만 일하다 병원 개업을 하려 했던 김 소장이 저소득층을 주로 상대하는 보건소 의사로 눌러 앉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가 진료하던 한 할머니에게 뛰어난 의사가 있는 다른 병원을 소개해줬다. 이 할머니는 며칠 뒤 찾아와 “병원 간호사가 약 봉지를 휙 던지며 ‘다시 오지 마세요’라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병원들은 치료비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기피했다.
광고 로드중
처방전을 하도 많이 써 팔목이 부은 적도 있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에피소드도 많다. 제약회사 직원들의 회유와 청탁도 많았지만 버텨냈다. 약값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그의 노력이 다른 보건소에도 알려져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쓰는 약은 믿을 수 있다”는 말도 돌았다. 김 소장은 “장애가 있는 나의 외모를 보지 않고 마음을 열어 준 환자들이 오히려 고맙다”며 “아픈 몸을 추스른 뒤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