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MIT 미디어랩에서는 과학영재학교 출신위주로 선발된 학생이 기존의 이론과 논문 위주의 교과에서 탈피하여 연구와 실습 위주로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교과를 이수한다. 계획 초기에는 대상자를 과학영재학교 출신으로만 제한하고자 했으나 일반고교 출신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애초에 대상자를 과학영재학교 출신으로 제한하고자 했는가이다. 지식경제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를 IT 기술에 능통한 과학기술자로 보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판 MIT 미디어랩의 목표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개발이라면 기업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낫다. 지식경제부가 한국판 MIT 미디어랩을 통해 IT 강국 부활을 이끌 명품 인재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목표에 대한 접근법과 방법론에 대해 명확한 목적의식을 지녀야 한다. 즉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서 궁극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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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애플사에 대해 소개할 때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애플은 기술개발회사가 아니며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의 교차로(Crossroad)에 있는 회사라는 말이다. 즉 애플이 다른 회사에 비해 지니는 차별점은 기존의 기술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용자 중심에서 재해석하여 적용한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차별점의 근간이 인문학임을 꿰뚫었다. MIT에서도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를 설립하여 글쓰기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학생이 인문학을 최소 8과목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서의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에 많다고 본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IT 산업 리더로서의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신제품 발표회장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자유로운 기술 사상가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내 IT 산업이 추구한 방향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IT 산업의 발전방향에 맞는 새로운 인재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판 미디어랩을 통해 육성되는 학생이 수평적이고 개방된 연구 환경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창의적인 사색을 통해 기술과 인간 삶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재신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