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조합원 5분의 4 동의 안한 승인결의 무효”“조합원 부담 늘고 지분 줄어 본질 변경돼 특별결의 필요”시행효력 항소심까지 정지
134개동(6600채) 및 상가 1개동(324개 점포)으로 이뤄진 가락시영아파트 소유자들은 2003년 5월 조합 창립총회를 통해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기로 결의했다. 조합은 2007년 7월 정기총회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조합원 57.22%의 찬성으로 의결해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새로 결의된 사업계획에 따르면 종전 재건축 결의 내용과 달리 재건축 사업비가 1조2462억 원에서 3조545억 원으로 증가하고 조합원 분담금과 기부 면적 비율은 증가한 반면 무상 지분이 줄어들었다. 이에 윤 씨 등은 “사업 내용이 본질적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전체 소유자 5분의 4, 동별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를 거쳤어야 했다”며 “사업시행계획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서울동부지법에 민사소송을 냈다.
1, 2심을 거치며 법원의 판단은 원고 승소에서 패소로 뒤바뀌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계획이 확정됐으면 행정소송으로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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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어 “시행계획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는다면 원고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시행 효력을 직권으로 항소심 판결 때까지 정지시켰다.
이번 판결로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당분간 확정 판결을 기다리게 되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연초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락시영아파트 가격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일단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가락시영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설계 변경이 필요한 기존 사업보다 시간이 더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조합을 새로 꾸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주택경기 불황 속에서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분야가 재건축 재개발 사업인데 잦은 소송으로 사업 진행이 늦어져 건설사들이 간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재건축 등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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