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때 일부 당선자가 부유층을 포함한 학생 전원에 대한 무상급식이나 수능 교재 무상지급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여력이 있는지, 지자체의 사업 우선순위에 맞는지 정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표를 얻기 위해 발표된 것들이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00년 평균 59.4%에서 지난해 53.6%로 악화됐다. 2008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은 32곳에 불과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방 재정이 지속적인 지출 팽창을 충당할 만한 수입이 확보되지 않아 적자가 누적되는 ‘재정 압박’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다. 당선자들이 선거 전에 ‘통 큰 공약’을 내걸 때 지자체 재정 실태를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광역 및 기초 지방의회들은 7월 개원 직후에 지자체의 재정 상황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이 선거유세 때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쏟아놓은 공약의 타당성을 반드시 재검증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빚 보전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재정 위기가 터졌을 경우 처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어제 “포퓰리즘이 재정 확충의 걸림돌”이라면서 정치권의 섣부른 감세 및 비과세 공약이 세수를 확충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이 재원마련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백 청장은 “일본은 조세수입 중 55%가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쓰일 정도로 국가채무가 심각한데 조세부담률은 18%로 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선거가 잦은 일본에서 정치인들이 감세와 세율인하를 경쟁적으로 내걸어 재정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을 지켜내는 일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