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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야, 빨리 들어오란 말야.”
최선참 이운재(37·수원 삼성)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후배 정성룡(25·성남 일화)은 박지성의 슛을 온 몸을 던져 막아냅니다. 동료 골키퍼들이 자체 청백전에서 한참 경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 그는 골대 뒤에서 홀로 팔굽혀펴기를 합니다. 스트레칭으로 몸도 풀어 봅니다.
그러나 오늘도 실전기회는 주어지지 않네요. 허정무호 제3의 골키퍼 김영광(27·울산 현대·사진)의 모습입니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골키퍼는 이운재와 정성룡, 김영광 등 3명입니다. 자체 청백전을 하면 필드 플레이어 20명에 골키퍼 2명으로 11대 11 멤버가 다 찹니다. 어쩔 수 없이 김영광은 김현태 GK 코치와 따로 훈련을 하거나 오늘처럼 골대 뒤에서 외로이 홀로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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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문 앞에 서서 상대 슛을 선방해냄으로써 탄성을 듣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일 겁니다. 김영광은 침통한 얼굴로 “솔직히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은 내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난다”고 털어 놓습니다. 그러나 이어 “지금 대표팀에서는 파이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집니다.
8년 전 한국이 위대한 4강 신화를 이룰 때 제3의 골키퍼였던 최은성은 “뛰고 싶지 않냐”고 묻자 “내가 뛰기 위해선 우린 (김)병지 형과 운재가 다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죠.
맞습니다. 지금은 개인이 아닌 팀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개인이 있기에 팀이 있는 것이겠죠. ‘그대가 뒤에 있어 대표팀 골문이 더 든든합니다.’ 김영광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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