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판다는 간판을 내건 전자제품 매장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줄지어 아이패드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NTT도코모와 KDDI 등 전통적인 일본의 대표 통신업체와 비교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작았던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독점 수입해 팔면서 순식간에 일본의 ‘빅3’ 통신사로 성장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3세대(3G) 통신 기능이 있는 아이패드도 독점 판매하면서 계속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광고 로드중
제가 놀랐던 건 도쿄의 포스퀘어 사용량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제가 어디서든 ‘체크인’(장소 등록)을 하려 할 때마다 20∼30m 반경의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메이어’(가장 체크인을 많이 한 사람)에게 할인 쿠폰을 주는 행사를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등록된 장소 수가 서울보다 10배는 많아 보였죠. 포스퀘어는 일본에 지사도 없고, 일본어 서비스도 하지 않는 미국의 작은 벤처기업입니다.
구글 콘퍼런스에서 만난 닛케이신문의 한 기자는 “요즘 일본에서는 아이폰, 아이패드와 트위터, 포스퀘어처럼 미국의 전자제품과 모바일 서비스를 쓰는 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한 트위터 사용자가 나눈 대화도 화제였습니다.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1853년 일본을 개항시킨 미국 페리 제독 함대의 ‘구로후네(黑船)’에 빗대 “아이패드는 21세기의 구로후네”라고 하자 손 회장이 “정말로 그렇다”고 답한 것이죠.
지금 일본의 모습은 아이폰과 트위터로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는 것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바다 건너 이웃 나라가 느끼는 위기감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