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을 ‘분양’으로 속여 수백억 불법대출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박성동)는 1일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금융기관에서 중도금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잡고 중견 건설업체인 현진에버빌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내 현진에버빌 분양 관련 서류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진에버빌은 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자 분양받지도 않은 A 씨 등 수십 명의 명의로 가짜 분양서류를 만든 뒤 금융기관에서 중도금 수백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현진에버빌 임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대출 리베이트를 건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또 이 회사가 울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형 자족도시로 기획돼 2006년부터 분양이 시작된 정관신도시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도시 기반시설의 늑장 공사가 맞물려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현진에버빌은 이곳에서 총 2100채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분양 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도급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현진에버빌은 건설경기 침체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려오다 최종 부도 처리돼 지난해 10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회생 가능성이 낮아 올해 초 법정관리마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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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