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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원유재앙’ 오바마 정치생명 삼킬라

입력 | 2010-06-01 03:00:00

“대통령이 모든 책임” 공세…주요 추진정책들 ‘올스톱’




미국 멕시코 만의 원유 유출을 막으려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새로운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버락 오바마(사진) 행정부가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BP가 점토 성분의 진흙으로 사고 유정을 막기 위해 시도한 ‘톱킬’ 방식 역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고 상황과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이 끔찍한 인재(人災)에서 비롯된 바다와 해안가의 오염, 그로 인한 부당한 피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통과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좌절감이 새로운 원유 유출 차단 시도 역시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는 사실까지 바꿔놓지는 않는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BP는 1.5km 깊이의 심해에서 훼손된 수직관을 막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그 정도 깊이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방법”이라며 신중한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실패만 되풀이하는 BP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시추 반대론자인 민주당의 빌 넬슨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부터 “군을 동원해서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원유 유출 차단의 책임을 완전하게 떠맡아야 한다”고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ABC방송에 출연해 “이번 주가 정말 중요하다. 정부가 결정적인 역량을 가지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더 광범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원유 유출이 멈출 때까지 국민과 생태계에 몰아닥친 재앙은 실업대책과 기후변화법안, 에너지법안 등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할 주요 정책들에 필요한 시간과 관심, 정치적 역량을 모두 집어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이번 사태로 의회는 기업들의 석유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상원에 묶여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래의 자동차들이 대체 에너지로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연안 석유시추는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주 “이번과 같은 사고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석유업체들의 말을 믿은 내게 잘못이 있다”며 심해 원유시추 중단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