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의 ‘천안함 발표’ 불신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6년 쓴 심리학의 고전 ‘예언이 빗나갈 때’에 소개된 실화다. 휴거 소동이 일어날 당시 페스팅거와 동료들은 예언이 빗나갈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한 나머지, 신도를 가장해 그 집에 들어가 ‘참여 관찰’을 했다. 이 기록을 토대로 나온 이론이 유명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론이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믿음이나 행동이 동시에 존재할 때 사람들은 둘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불일치를 제거한다는 이론이다. 통상 믿음이 틀렸다고 판단되면 믿음을 버림으로써 합리적으로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믿음에 반하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 자신의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흔들리는 신앙을 확신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을 꾸미거나 근거를 만들어내는 성향을 드러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한 물적 증거 앞에서도 딴소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휴거 소동이 떠올랐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0명에 두세 명꼴로 합동조사단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20대는 절반가량이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하니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는 20대가 우리 사회의 이단아로 돼가는 것 같다. 온갖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인터넷은 음모론을 위한 기름진 텃밭이다. 음모론은 사회가 불안할 때,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할 때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생존설이나 아폴로 11호 달 착륙 연출설은 가벼운 웃음거리다. 그러나 9·11테러를 미국 정부가 유도했다거나 에이즈를 일부러 퍼뜨렸다는 등의 음모론은 웃어넘기기엔 그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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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인정 안하는 괴담 생산자들
그렇다 해도 한두 명쯤은 “잘못 생각했다. 증거를 보니 북한 소행이 맞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올 줄 알았다. 사람이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이긴 해도 눈앞에 물증이 있고 세계가 인정한 조사 결과가 아닌가. 그런데도 좌초설, 미군함 충돌설 등 해괴한 시나리오를 생산해온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나도 그들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인지부조화론에 따르면 그건 강요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불량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듯 이들의 생각은 존 밀턴이 말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시간은 가면을 벗기고 진실을 드러낸다. 다만 생각을 바꾸는 것이 그토록 어렵다는 사실에 인간은 정말 이성적 존재인지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