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1만여명 전공 열풍
全중국 한국어 백일장 대회
예선 거친 47개大 82명 겨뤄
“한국의 역사 문화까지 이해
결국 우리 국익의 우군될 것”
27일 오전 중국 베이징 비전호텔에서 열린 ‘제4회 전 중국 한국어 백일장’에 참가한 중국 47개 대학 한국어학과 학생 82명이 ‘양심’이란 주제어를 받은 뒤 글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베이징=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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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47개 대학의 한국어 전공 학생 82명이 참가한 이번 백일장에서 왕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곰팡이가 슨 밀가루를 속여 팔아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체험담을 써내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은상은 산둥(山東)대 4학년생인 첸녠춘(錢念純·24·여), 동상은 산둥공상학원 2학년생인 량수(梁姝·21·여) 씨에게 돌아갔다.
각 대학의 ‘예선’을 거쳐 대표로 뽑힌 참가 학생들은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다롄(大連), 창춘(長春), 뤄양(洛陽), 시안(西安), 난징 등 중국 전역에서 수백 km씩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왔다. 이번 주제어는 ‘양심(良心)’. 시험장 앞쪽 무대 위에 주제어를 가린 천이 벗겨지는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는 “후우∼”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주어진 2시간 동안 2000자 넘는 분량을 가뿐히 써내 한국 대학교수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놀라게 했다. 글씨도 펜글씨라도 배운 것처럼 멋지게 썼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한류(韓流)의 유행이 기폭제였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저마다 ‘대장금’ ‘클래식’ 같은 한국 드라마 및 영화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을 꼽으며 “너무 재미있고 멋지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5, 6곳에 불과했던 한국어학과가 지금은 70여 개 대학으로 늘어 1만여 명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지린(吉林)사범대 박달학원 한국어학원의 김홍철 교수(32·중국동포)는 “한국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늘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학생들의 취업률이 매우 높다”며 “한국어가 일본어를 제치고 영어 다음가는 제2외국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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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백일장은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동안 이 학장이 지인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대회를 치러 왔고 올해엔 가까스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았으나 이후의 비용을 조달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 학장은 “한류는 한때의 유행에 그칠 수 있지만 글쓰기를 배우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까지 깊이 이해하게 된다”며 “한국을 잘 아는 중국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그 나라의 지도층이 되면 그보다 더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베이징=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