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혁신 수준은보고싶은 프로 TV에 ‘주루룩’시청료 무료… 황금시간 사라져■업계 움직임한국 내년 상륙… 삼성-LG 긴장구글, 광고수입 급증 기대감
구글TV는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다. 검색창을 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적어 넣기만 하면 된다. 방송국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의 ‘간택’을 받는 프로그램이 대접을 받게 된다. TV채널과 웹사이트, 응용프로그램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구글TV 메뉴의 ‘즐겨찾기’ 기능. 사진 제공 구글
인터넷TV(IPTV)가 보급되면서 시간의 제약은 사라졌지만 방법은 복잡해졌다. IPTV 셋톱박스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TV의 ‘전원’ 버튼도 누른다. TV의 ‘외부입력’ 버튼을 누르고 IPTV 화면을 선택한다. IPTV 메뉴에서 ‘KBS’를 찾아 ‘드라마’를 선택한 뒤 ‘아이리스’ 메뉴에서 몇 회를 볼지 골라야 했다. 아무 때나 볼 수는 있지만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 구글TV로 보면 이렇다. TV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스마트폰의 ‘리모컨’ 응용프로그램을 가볍게 두드린다. 스마트폰에 대고 말한다. ‘아이리스 16회’. 이게 전부다. 배우 김태희의 홈페이지,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리스 예고편 등도 함께 검색된다.》
○ 70년 만의 변화
구글TV는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다. 검색창을 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적어 넣기만 하면 된다. 방송국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의 ‘간택’을 받는 프로그램이 대접을 받게 된다. TV채널과 웹사이트, 응용프로그램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구글TV 메뉴의 ‘즐겨찾기’ 기능. 사진 제공 구글
예를 들어 IPTV에서는 지상파 고화질(HD) 방송을 보려면 ‘외부입력’ 버튼을 눌러 지상파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구글TV엔 이런 과정이 없다. 검색창에 드라마 ‘동이’를 입력하면 구글TV는 ‘동이’를 현재 방송되는 지상파 채널에서 볼지, 케이블에서 재방송 중인 지난주 방영분을 볼지, 방송국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볼지 묻는다. 예전의 TV는 사람이 기계 사용법을 배워야 볼 수 있었지만 구글TV는 인터넷 검색만 할 줄 안다면 그 뒤로는 TV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선택을 돕는다.
인터넷과 TV의 통합으로 새로운 기능들도 생겼다. 구글은 이날 구글TV를 공개하면서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화면에 자막을 입혀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이 TV에 나오는 음성을 깨닫고 화면에 자동으로 자막을 입혀주는 것이다. 또 사용자의 상황을 분석하는 지능형 검색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부산 시청자가 구글TV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처럼 해당 지역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언제 얼마에 판매되나
구글TV의 해외 판매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한국에는 내년 이후에나 구글TV가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구글TV를 위한 OS와 관련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를 내년 여름 모든 전자업체에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구글은 앞으로 구글TV의 판매가 늘어날 경우 시청자의 검색어 입력과 연관되는 광고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구글검색(인터넷)과 안드로이드폰(휴대전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막대한 광고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편 구글TV는 케이블TV나 IPTV와는 달리 월 사용료가 전혀 없다. 케이블TV나 IPTV 사업자는 콘텐츠 제작업체로부터 직접 콘텐츠를 구입해서 자신들이 설치한 통신망을 이용해 방송을 하지만 구글TV는 사용자가 이미 설치한 가정용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에 올라온 콘텐츠를 검색하는 일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기존 통신사가 비용을 들여 설치해 놓은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구글의 새 서비스를 비판했다.
○ 구글이 산업을 바꾼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이 자유로운 데다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까지 사용할 수 있는 구글TV를 내놓으면서 기존 TV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애플과 구글 같은 업체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했듯 TV 시장에서도 ‘스마트TV’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나 케이블TV 방송국은 ‘편성’을 통해 어떤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할지 정했다. 하지만 구글TV가 보편화되면 방송국의 편성보다는 사용자의 ‘의도’가 더 중요해진다. TV의 ‘황금시간’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개발자회의와 관련해 “인터넷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버텨오던 TV를 오늘 구글이 바꾸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