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 타당하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력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에 비해 지금 유로화는 너무 비싸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는 내핍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데 이는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이러한 고통의 반작용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자금 지원국들이 이들 국가에 돈을 주며 구조조정을 적당히 진행하라고 할 수도 없다. 지원국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쉽게 해소될 수 없고 시간에 걸쳐 유럽 각국 정부의 내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비관론 역시 피해야 한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EU 내 독일과 같은 선도국가들이 남유럽 국가를 지원할 이유가 충분하다. 정치적, 재정적 통합은 없었지만 금융적 통합만으로도 유럽은 이미 강하게 엮여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대외 부채 중 EU 역내에서 조달한 부채는 50∼70%에 이른다. 독일 등 선도국가 편에서 보면 남유럽 문제는 곧 자국 금융기관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타국으로의 재정위기 전염과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이 불가피해지므로 선도국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남유럽을 지원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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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남유럽 문제는 글로벌 출구전략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이미 산발적으로 출구전략이 이뤄지고 있는 신흥(이머징) 국가의 출구전략이 조금이나마 늦춰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글로벌 유동성 유입으로 이득을 얻고 있는 국내 경제에 당분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유럽 문제는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악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극단적인 비관론은 정책이나 투자 의사결정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겠지만 지나친 비관으로 기회를 놓칠 이유도 없다.
최석원 삼성증권 매크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