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歷 50주년 맞아 새 시집 - 에세이집 낸 재미의사 출신 마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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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71·사진)의 시를 압축하면 위로, 따스함, 그리움, 사랑이란 단어가 남을 듯하다. 재미(在美) 작가로서 느꼈던 유랑자로서의 애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료 현장의 생채기들이 가득함에도 말이다. 질박한 삶의 현장에서 체화된 감성의 언어들은 상처 입고 지친 이들을 다독여왔다. 그가 올해로 시력(詩歷) 50주년을 맞았다. 때맞춰 신작시집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 에세이집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비채)도 출간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 씨의 아들인 마 시인은 1960년 ‘현대문학’ 3회 추천 완료로 등단한 뒤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방사선과 의사가 됐다. 2002년 은퇴 이후엔 1년에 몇 개월씩 국내에 머물면서 지인인 문학평론가 김치수 김병익, 시인 황동규 정현종, 소설가 김원일 씨 등과 어울려왔다. 9일 오전 통화를 했을 때도 그는 피란시절 머물렀던 경남 마산을 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시인에게 중요한 건 언어인데 모국에서 떨어져 살았는데도 시인으로서 생명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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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에는 지난해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함께 펴낸 가수 루시드폴을 비롯해 권혁웅, 정끝별, 이병률 시인 등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서울 대학로의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축하 행사를 연다. 그는 “어떤 문학상보다 내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들을 보니 ‘나는 고국을 떠나 있었지만 내 시가 한 세대 동안 이곳에서 살아줬구나’ 싶습니다. 얼마나 행운인지….”
은퇴 후 귀국할 생각으로 아파트도 마련해 놓았지만 이런저런 문제들이 걸려 두 나라에서 1년의 반씩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아쉬워하고 부끄러워하며 시 쓰고 친구들 만나고 그렇게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