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과 금융거래 적어 디폴트때도 피해 제한적”“미국-영국도 재정 안좋아 2, 3년간 위기 이어질수도”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 빌려준 대출 규모는 6억4000만 달러로 전체 대출(528억 달러)의 1.2%다. 최악의 상황인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져도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이 이들 PIGS 국가에서 빌린 자금도 3억9000만 달러로 많지 않다.
그러나 재정위기가 유로존 내 4위권 경제대국인 스페인을 포함한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면 한국의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한국이 그리스로 수출한 금액은 2억231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7%였다.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유럽연합(EU) 전 지역으로 수출한 금액은 4월 20일 현재 14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증가율도 35% 선을 넘었다. 지금까지는 수출이 양호한 편이지만 재정위기가 주요 수출시장인 EU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글로벌 소비가 움츠러들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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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민간 금융회사의 문제였다면 이번 위기는 정부의 문제”라며 “남유럽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의 재정상황도 좋지 않아 앞으로 2, 3년 동안 어려운 싸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고 보고 비상금융합동대책반회의를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대외 차입 상황과 자본 유출입 동향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