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편집국 회의 때 동아닷컴에 게재된 기사의 클릭 순위를 들여다보지만 그날의 어젠다와 다른 결과를 보기 일쑤다. 성(性)이나 연예인 관련 뉴스가 단연 앞서고, 진지한 고민이 깃든 기사보다 사소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기사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1∼5일 베스트 클릭 1∼3위 기사를 보면 ‘정신나간 인천 교장들…집무실 호화 리모델링’ ‘오바마 섹스 스캔들 호텔 CCTV 증거 있다’ ‘성관계 동영상 폭로 협박 전직 국회의원 연루’ ‘김정일 전격 방중-장거리 여행 무리 안 될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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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가벼움이야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긴박한 일들이 모두 ‘흥미본능’ 클릭에 홀대당하는 요즘, 기자에게는 그것이 ‘클릭의 보복’으로 보인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 ‘시대 가치’를 찾지 못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사적 재미를 추구하다가 클릭의 덫에 걸린 꼴이다. 그동안 사소하고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했던 일들도 클릭 수에 힘입어 주인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첨단 미디어의 등장은 인터넷의 가벼움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클릭은 매체 수익의 지표이자 마케팅의 기반이 된다. 그렇기에 클릭 수만 높이려는 선정적 사안들이 종일 인터넷에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스포츠 연예 뉴스를 다루는 한 인터넷 매체의 편집국장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매체의 한 형식에 불과한데도, 쉴 새 없이 클릭을 요구하는 그 형식 자체가 내용을 규정해 버리고 말았다.
호주 노트르담대 연구진은 중국 10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터넷 중독에 걸린 아이가 자해를 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2배 높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발달 상태가 좋았으나 적당히(하루 30분∼1시간 반) 이용하는 아이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연구(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도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성인들도 이 진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출근길 버스에서 마주치는 대학생들의 클릭 행태를 보면 연예 뉴스를 뒤지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두 조사의 결과처럼 자해나 발달의 부진은 퇴화다. 퇴화는 인간이 어느 순간 생각을 멈추고 짐승이 되는 것이다. 큰일에 부닥쳤을 때 독자적 반성적 인식보다, 인터넷의 자극적 음모론이나 흥미본능에 따라 쏠림이 일어나는 것도 사회 퇴화의 조짐이다. 클릭의 보복이 두렵다.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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