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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6년 반 롱런 ‘로스트’ 촬영 대단원… 미드는 당분간 쉬고 싶어요”

입력 | 2010-04-30 03:00:00

국내 화장품 행사장 찾은 김윤진 씨 인터뷰




화사한 봄 햇살이 온 세상에 가득 찬 25일, 배우 김윤진 씨(37)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도나카란의 민소매 흰색 투피스를 입은 그가 경쾌한 걸음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올해 그는 ‘묵직한’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했다. 3월 말 하와이에서 소속사 대표 박정혁 씨(36)와 ‘깜짝’ 결혼했고, 이달 중순에는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해준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마지막 시즌 촬영을 모두 마쳤다. 6년 반 동안 이어진 ‘로스트’는 5월에 종영한다. 이번 한국 방문은 그가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파리의 ‘유브이 퍼펙트 자외선 차단제’ 아시아 판매 1500만 개 돌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결혼 이후 첫 공식 행사이기도 했다.

―결혼해 보니까 어때요.

“아직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남편이라는 단어가 툭툭 안 나와요. ‘닭살’ 돋아서 공개할 순 없지만 별명으로 불러요. ‘여보’라고 자연스럽게 부를 날이 오겠죠? 늘 의지할 수 있는 제 편이 생겨서 참 좋고 나만의 인생 파트너이자 친구라 든든해요.”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만나는 순간 영화처럼 ‘이 사람이다’는 아니었어요. 같이 일하면서 조금씩 감정이 생겨났어요. 소통이 되는 사람이고… 본능적으론 다른 여자에게 주긴 너무 아까워서요.(웃음) 촬영이 있을 때 혼자만의 세상에 빠지거나 심각해질 때가 많은데 유머로 적절하게 풀어줘요. ‘그래, 목숨 걸 정도는 아니잖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기나긴 ‘로스트’의 대장정이 끝났네요.

“마지막 촬영 날 하루 종일 울지 않고 고비를 잘 넘기나 했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제작진들이 왔는데 차갑게만 느꼈던 한 분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바람에 덩달아 많이 울었어요. 시원섭섭하죠. ‘로스트’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다른 도전을 할 때가 왔네요.”

―‘로스트’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알고 보면 재미없을 걸요? 이전 시즌에는 제가 예상한 결말이 다 틀렸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맞혔어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전부 다요! 6년 만에 보는 눈이 생겼나 봐요. 마지막 시즌이 던지는 질문은 ‘다른 공간(dimension)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아시아 배우로 미국 드라마판에서 ‘생존’하기는 어땠나요.

“처음에 재미교포나 배우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우린 맞서 싸워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와 서러움이 자라났어요. 하지만 ‘로스트’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모든 이들을 긍정적인 태도로 대했죠. ‘이런 캐릭터면 나 안 해!’라고 고집부렸으면 어땠을까요.”

―‘로스트’에서 김윤진 씨가 맡은 ‘선 권’이라는 역할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파일럿과 파이널인 6시즌을 비교해 보면 어떤 캐릭터보다 발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할머니 시대의 여성상이었지만 제작진에게 ‘한국 여성은 이렇지 않다’고 수없이 얘기했어요. 지금은 총 쏘고 의견 확실히 얘기하고 싫으면 사람도 때리고….(웃음) 완전 현대여성이 됐죠.”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제작 시스템과는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6년간 촬영을 하면서 당일에 대본이 나온 건 단 한 번이었어요. 대사도 많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미국 배우들이 무척 심하게 항의하더군요. 하루에 많아야 다섯 장면 정도를 찍어요. ‘이렇게 놀면서 찍어도 돼?’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배우들이 완벽하게 준비하고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참 부러워요.”

―촬영 없는 날은 뭐하세요.

“취미가 뻔해요.(웃음) 운동하고 독서요. 한동안 수영에 푹 빠졌다가 이제는 필라테스를 즐겨 해요. 책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독서가 배우에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책에서 만나는 한 문구, 장면, 가슴을 쿵하고 치는 그 뭔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상상력도 커지고, 내 세계에서 빠져나와 다른 세계의 삶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아요.”

―이번 한국행 비행기에 들고 탄 책은 뭔가요.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가 쓴 ‘카불의 책장수(The Bookseller of Kabul)’예요.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쟁 장면만 봤지 왜 늘 그렇게 문제가 많은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여배우의 피부 관리법이 궁금해요.

“‘로스트’는 햇살이 뜨거운 하와이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꼭 사용했어요. 20대부터 안티 링클 제품은 꾸준히 썼고요. 클렌징 잘 하고 물 자주 마시는 것도 피부에 좋은 일이죠. 하지만 얼굴만 가꾼다고 좋은 피부를 유지할 순 없어요. 건강한 생활습관이 기본이죠.”

―‘로스트’ 이후의 행보는….

“미국 드라마는 전속 계약이 7년이에요. 잘나갈 때 안전한 자리를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단 미국 드라마는 지금 안 하기로 했어요.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기도 하고…영화 쪽으로 하고 싶기도 하고. 좋은 대본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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