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지음, 글로연, 21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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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최고조 성장세에 있던 두바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무모한’ 개발정책으로 채무상환유예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두바이발(發) 경제위기’라는 용어가 나돌면서 국제경제와 투자자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 40일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5일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를 개장했다. 건설비만 12억달러가 투입된 이 초호화판 건물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대세였다. ‘빚더미 위에 세워진 바벨탑’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두바이유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비효율적인 사치성 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힘을 얻었다. 세계 최대 놀이동산, 세계 최고급 호텔, 세계 최대 인공섬 등의 과시용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많은 아랍 국가와 국제 언론은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오해다. 두바이는 많은 석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두바이의 성장은 오일머니 덕이 아니다.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다. 아랍에미리트 전체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60만배럴 내외이지만 대부분 아부다비의 몫이고, 두바이는 그 가운데 20만배럴 정도를 생산한다. 그리고 대략 20년 이내에 두바이에 매장된 석유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바이는 석유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고자 고민해왔다. 특히 작은 사막국가, 자국인구 20만의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공급주도형 성장전략을 세웠다. 마케팅 전략으로 투자를 유치해 개발을 추진해온 것이다. 인프라에 투자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상징물을 건설해 외국의 투자를 유인해왔다. 외자에 의존한 대규모 사업 추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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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해 최고층 건물 건설에 나선 두바이 그리고 자긍심을 위해 최고의 건물을 완공한 우리 한국인. 이 책의 두 주인공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신동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