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 향응 의혹’ 진상조사공석 검사장급 자리 3곳 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검찰, 정치권 겨냥 민감한 수사 당분간 급브레이크
법무부는 25일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가 제기한 ‘검사 향응 및 접대’ 의혹에 연루된 박기준 부산지검장(51·사법시험 24회)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당분간 휴가로 처리해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박 검사장과 함께 향응 접대 문건에 오른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47·사법시험 27회)에 대해선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발령하기로 했다.
정 씨의 ‘향응 제공’ 리스트에 오른 검사장급 간부 2명을 현재의 직책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조사를 받도록 한 셈이다. 한 부장의 경우 검사의 비위를 감찰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에 그대로 두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해 전보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상규명 조사에서 두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석이 된 대검 감찰부장은 국민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겸직하며, 부산지검장은 김경수 1차장검사(검사장급)가 직무를 대리하게 된다. 또 채동욱 대전고검장이 진상규명위 산하 진상조사단장을 맡게 됨에 따라 대전고검장 직무는 당분간 한명관 대전지검장이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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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은 21일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및 결정) 결과가 정치적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말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소환조사 및 기소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검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무죄 판결에다 이번 사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이 ‘물 타기’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정기인사를 할 때까지는 큰 수사를 벌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선 검찰청에서는 중요 사건의 경우 이미 착수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새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다.
한편 진상규명위(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교수) 산하의 진상조사단은 주말에도 서울고검에 설치된 사무실로 출근해 접대가 이뤄졌다는 부산의 M, S 룸살롱과 식당 관계자 등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현재 변호사법 위반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정 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했다. 진상조사단은 27일 오전 열리는 진상규명위의 첫 회의에 진행 상황과 향후 조사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며, 사무실이 각각 마련된 서울고검과 부산고검 두 곳에서 업무를 분담해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고검의 조사팀은 의혹을 폭로한 정 씨에 대한 조사와 룸살롱 등 향응 접대 현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서울고검의 조사팀은 문건에 등장한 전현직 검찰 간부 및 평검사 1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맡을 예정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부산=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