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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포커스/송원근]亞무역자유화 방향타 될 한중FTA

입력 | 2010-04-23 03:00:00


민간공동연구를 2005년 시작한 이래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명박 대통령의 검토 지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한중 FTA 체결을 공식 거론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첫째, 미국에 대해 한미 FTA의 비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한중 FTA를 거론한 측면이 있다. 또한 최근 대만과 중국 간에 경제협력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점도 중국시장에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해진다는 면에서 하나의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한중 FTA 추진을 고려한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하면서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FTA 체결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중 FTA의 추진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의미와 전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우리 수출의 23.8%가 대중 수출이확대돼 경제성장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 시 국내총생산(GDP) 증가는 2.4∼3.2%로 전망된다. 반면 양국의 교역·투자 규모로 볼 때 이미 밀접한 경제적 관계가 형성되어 FTA에 따른 추가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그러나 양국 간의 교역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FTA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양국 간에는 전기·전자 및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수직적 분업구조가 형성되어 부품·소재 중심의 교역이 이뤄졌다. 즉, 양국 간 교역 증대가 수직적 생산 네트워크의 형성·심화에 근거해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능했던 반면 교역 다양성의 증대를 통한 시장의 확대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한중 FTA를 통해 획기적인 무역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산업별 전문화에 따른 교역 증대 외에도 다양한 품목의 양방향 교역에 따른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즉, 국가 간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 증대 외에도 교역의 다양화에 따른 이득이 나타날 여지가 크다.

한중 FTA의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일반적인 예측보다 크다는 전망은 자유화 수준이 높은 FTA라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한중 FTA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FTA와 같이 낮은 수준으로 체결한다면 교역의 다양화에 따른 이득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향후 거대화할 중국의 서비스시장 선점 효과를 위해서도 한중 FTA는 자유화 수준이 높은 포괄적 FTA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한중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중국으로부터의 중저가 범용제품 및 농산물 수입 급증에 대한 우려와 포괄적 FTA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있다. 양국이 이런 민감성을 모두 반영하여 낮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면 경제적 효과는 크게 나타나기 어렵다. 또한 자유화 수준이 낮은 한중 FTA는 이후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 역내 무역자유화의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중 FTA 추진에는 높은 수준의 FTA와 산업 피해 최소화라는 목표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이런 갈등은 FTA에서의 민감성 반영보다는 농업 구조개혁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