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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우린 왜 만날 똑같은 사료냐고 ㅠ.ㅜ

입력 | 2010-04-23 03:00:00

■ 내 강아지를 위한 특별한 먹을거리-애견용품들





회사원 안성숙 씨(31)는 매주 토요일마다 부엌에 틀어박혀 반나절을 보낸다. 무항생제 닭고기를 뼈째 기계에 갈고 유기 재배한 브로콜리, 고구마, 유정란과 제철 과일을 섞어 강아지 밥을 정성껏 만든다. 영국의 강아지 전문 건강식품 사이트에서 구매한 달맞이꽃 오일과 대구 간유, 맥아 오일도 매일 한 캡슐씩 먹인다. 해외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산 강아지를 위한 요리책도 10여 권에 이른다.

해외 출장길에는 꼭 장난감 가게에 들러 작은 인형을 산다. ‘언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강아지를 위한 선물이다. 강아지는 그에게 소중한 동생이나 다름없다. 출근할 때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강아지를 위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CD를 틀어준다.

비 오는 날에도 하루 한 차례 산책을 거르지 않기 위해 강아지 유모차도 샀다. 안 씨는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웃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완동물 이상의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애지중지 키우고, 어디든 데려가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는 선물도 사준다. 이제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이 아니라 건강 상태에 맞는 사료와 건강식품부터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과 하이테크 아이템까지 ‘반려 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한다.

미국 애완동물용품협회(APPA·American Pet Product Association)가 최근 2만여 명의 애완동물 주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경기 침체에도 애완동물을 위한 소비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6% 증가한 47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 내 강아지를 위한 오가닉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투여하지 않은 신선한 생 닭고기,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곡물과 야채….’ ‘내 강아지’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최근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서 애완견 소유자들과 애완용품 관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유기농 사료는 물론이고 간식, 장난감, 액세서리, 냄새 제거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애견용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사료와 간식 등 먹을거리. 몇 년 전만 해도 자견용과 성견용 두 가지 구분으로 나눠졌지만, 이제는 이유식, 자견, 성견, 노견 등 연령별 분류 및 다이어트, 임신, 수유, 알레르기 예방, 피부 및 모질 개선으로 세분,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마켓 11번가 관계자는 “kg당 2만 원대 이상인 기능성, 프리미엄 사료는 일반사료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 사료는 유기농(합성비료, 농약, 항생제, 유전자 조작 없는 원료 사용)-홀리스틱(미국 농무부에서 인증한 원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 사용)-슈퍼 프리미엄(육류 함량이 곡류보다 높고 천연방부제 사용)-프리미엄(부산물이 주원료이며, 합성방부제 인공첨가물 사용)-저가(부산물·육분·골분이 주원료) 사료로 등급을 나눈다. 롯데닷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료는 유기농 옥수수와 현미, 귀리 등 유기농 재료, 양고기, 홍삼, 키토산 올리고당 등의 천연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전문 펫숍이나 온라인 웹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오가닉 펫 제품 전문 제조업체인 ‘심플리 피도(Simply Fido)’는 100% 유기농 면, 천연 안료, 무독성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펫스 마트(PETS MART), 펫코(PETCO) 등 대형마트들도 유기농 사료에 국한됐던 친환경 제품군을 침대, 목줄, 옷, 샴푸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하고 있다.

식품건조기로 육포 만들고… 혼자 둘 때는 CD 틀어주고…

○ 손수 만드는 밥과 간식

 

강아지의 건강을 위해 ‘진짜’ 음식을 먹이기도 한다. 닭, 오리, 메추리 등 생고기와 야채, 과일로 강아지 밥을 직접 만든다. 네이버 카페 ‘홀펫’에서 고기와 야채의 비율 등 강아지 밥 레시피, 개와 고양이를 위한 허브 등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The Healthy Dog Cookbook’ ‘Raw Dog Food’ ‘Real Food for Dogs’ 등의 책을 찾을 수 있다. 모두 영어 원서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애견’과 ‘생식’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개, 고양이 생식을 만들어 판매, 배달하는 업체가 여럿 나온다.

수제 간식도 다양하다. 소 지라 구이, 닭가슴살 육포, 돼지귀 슬라이스, 북어채 닭가슴살 말이, 북어채 소고기 말이, 멸치 쿠키, 당근 쿠키 등이 있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70∼100g에 7000∼8000원대. 김현진 한국사료 온라인쇼핑몰 담당자는 “개나 고양이를 동반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제 사료와 간식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의류쇼핑몰을 운영하는 구연이 씨(28)는 올 초 12만 원대의 식품 건조기를 구입했다. 강아지 ‘달자’의 간식을 손수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야채, 과일, 육류 등을 말리는 데 쓰는 식품 건조기는 원래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주방가전이지만 강아지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의 수요도 적지 않단다. 옥션의 식품건조기 상품 게시판에는 ‘강아지용 닭가슴살 육포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우리 강쥐(강아지) 간식 많이 만들어줘야겠어요’라는 고객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애견 관련 커뮤니티나 블로그에는 강아지의 피부미용과 치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돼지껍데기, 닭가슴살, 고구마 등으로 간식을 만드는 방법이 올라와 있다.

○ 유모차, 만보기…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자동 급식기, 유모차, 애견용 침대까지 이전에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해야 했던 용품도 이제는 국내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김인한 롯데닷컴 웰빙팀 과장은 “애견을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제품이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퍼와 옥스퍼드 원단을 사용한 달마시안 강아지 문양의 애견 침대, 다섯 판의 식기가 하루에 한 판씩 돌아가면서 나와 최대 5일까지 쓸 수 있는 자동 급식기, 상부와 전면을 망사로 처리한 애완견 유모차가 눈길을 끈다. 유모차는 강아지들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발받침이 있으며, 아랫부분에 있는 바구니에는 애견용품을 보관할 수 있다. 7kg까지 태울 수 있는 기본형 모델이 9만9000원이다.

애견 만보기는 강아지의 목에 걸어 운동량과 운동시간을 체크할 수 있다. 평지 보행에서 앞발이 땅에 닿았을 때 움직임을 감지하고 운동량을 측정한다. 뒷면은 이름표로 쓸 수 있다. 애견 전용 드라이어(28만4000원)는 젖은 털을 금세 말려준다.

강아지를 위한 음반도 있다. 소니뮤직에서 나온 ‘애완견을 위한 심리치료 음악’은 ‘강아지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스트레스를 풀어줄 때’, ‘집에 홀로 남겨둘 때’ 등 테마별로 3개의 CD가 세트로 구성됐다. 해외 온라인몰에서도 ‘펫 뮤직(Pet Music)’으로 검색하면 새 소리, 빗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곁들여진 클래식 음악 CD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강아지들의 늘어난 옷을 보관하는 강아지 옷장과 전용 옷걸이도 나왔다. 강아지용 옷장을 제작하는 ‘컨츄리마우스’의 김주혜 씨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옷을 보관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데 착안해 옷장을 직접 만들어 팔게 됐다”며 “예상외로 고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강아지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애견 펜션’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온라인몰 ‘트루멍쇼’를 운영하는 김문호 씨는 “강아지와 동반 가능한 펜션을 예약하는 고객들이 매달 30∼4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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