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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코리아/알란 팀블릭]겨루거나, 손잡거나

입력 | 2010-04-20 03:00:00


몇 년 전, 나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이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업체가 생산력을 향상시킬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1인당 산출생산력을 따져보았을 때 평균 이하를 나타냈었다.

내가 고안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개인별 자질 및 능력에 맞는 책임의 완벽한 이수이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남보다 뛰어난 자기만의 능력을 업무에 적용해 수행한다면 일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자질이 부족한 동료에 비해 월등한 업무 생산성을 보인다는 원리이다. 개인의 업무능력 및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정확도와 신뢰도가 통계적으로도 인정된 단순한 정신력측정 테스트를 한다. 이 결과를 기초로 각각의 직원은 자신에게 더 맞는 업무를 배정받는다. 한마디로 직원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업무를 짝지어 준다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업무성취도에 따라 적절한 보상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의 업체 거의 대부분에서 사용하는 보상제도는 객관적인 측정과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주관과 판단을 너무 많이 반영한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 현재의 비즈니스문화에서는 업무 자체의 객관적 분석에 따른 평가가 아니라 다른 부대사항을 고려한 평가가 되기 일쑤다.

역동적 한국 경쟁력 높일 방법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학의 학점제를 또 다른 예로 들어보자.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학생의 학점 분포가 종형곡선을 나타내야 정상이다. 이는 중간 학점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의 학점이 고르게 분포됐을 때를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의 학점시스템은 직장 내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객관적 구분이 딱히 없이, 기준에 못 미치는 사원 및 학생에 대한 평가도 그의 기분을 위해, 어차피 타인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니 적정 수준의 평가를 내려 주는 식일 때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사업을 통해 나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듯이 수요와 공급 사이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회사 경영자는 내가 생각했던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 결과 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가 얘기하듯 역동적인 사회이다. 다이내믹하다는 말은 그리스어 ‘dumanikos’에서 비롯됐는데 힘(power)을 의미한다. 영어권에서는 통계적, 그리고 환경적인 면에서의 끊임없는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내가 위에서 말한 사업을 접은 이후 한국에서는 인적자원 관리 면에서 상당한 개혁이 있었다. 대부분의 발전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업체가 외국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인적자원의 관리방법을 개혁해야 했다.

많은 기업체가 회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편으로 주로 사용한 것은 바로 직장 내 사원 간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일이었다. 이는 스포츠의 세계에서처럼 사원의 경쟁심을 부추기면 개개인이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원리에서 비롯됐다. 내부의 경쟁과 혁신이 없이는 외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과도한 경쟁으로 목표했던 생산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자칫 단순히 직장 내의 상대방을 이기는 일이 목표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자가 같은 직장 내 다른 부서 직원이라고 한다면 대외적인 목표보다는 대내적인 목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조선시대와 그 이후의 역사를 보면 부처 간의 경쟁은 조직체로서의 국가가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능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각각의 부처가 독립적으로 타 부처의 간섭 없이 일을 진행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부처 간의 협동 또한 경쟁이라는 의미에서 조직원이 사실상 힘들어하게 된 점도 사실이다.

창조적 혁신 위해 벽 허물어야


오늘날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관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생긴다. 상품을 상용화하는 방법이라든지 새로운 기계의 발명이 예전의 기계를 대체한다든지 하는 현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법의 접근을 요한다. 이런 이유에서 부서를 초월해 사안에 따라 관련 부서가 협동하는 방법은 더 나은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내적인 경쟁만을 부추기기보다는 함께 일해 성공하는 회사환경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한국의 기업문화와 제도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