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옛집과 꽃담/이종근 지음·유연준 사진/336쪽·2만 원·생각의나무
옛집의 위치와 용도에 따라 담장의 미학도 다르다. 저자는 창덕궁 대조전의 담장과 굴뚝에서 왕실문화의 화려함과 장중함을 발견한다. 조선조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담장은 그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일정한 크기의 돌을 줄 바르게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통나무 서까래를 얹었다. 질서정연하고 반듯하다. 제사공간인 종묘에 어울리게 장식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간결함 속에 엄숙함을 담아냈다.
사찰이나 민가의 담장엔 기와를 넣어 무늬를 장식한 경우가 많다. 암키와와 수키와를 꽂아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그 가운데 꽃무늬가 가장 많다. 이런 담장을 꽃담이라고 한다. 예산 이남규 고택의 합각은 한 송이 탐스러운 꽃이 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실 영모재의 흙담은 황토에 돌을 숭숭 넣고 암키와를 이용해 예쁜 꽃을 만들어냈다. 투박하지만 단정하고 정겹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꽃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거기서 미처 몰랐던 전통문화의 멋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 전국 18곳 돌담길에 대한 정보도 간략히 덧붙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