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사진 - 초현실 묘사 등 독특한 전시
기업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옥에 전시공간을 만들거나 시민들의 흥미를 끌 만한 전시를 여는 등 문화적 소통을 실천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 미술애호가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이 중 기업에서 마련한 3개의 사진전을 소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배병우 씨(60)가 찍은 수묵화 같은 풍경 사진, 세계적 패션 사진작가로 꼽히는 프랑스의 기 부르댕(1928∼1991)의 초현실적 이미지, 사진을 입체화한 고명근 씨(46)의 조각과 사진을 접목한 작품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사진을 만나는 자리다. 세 전시 모두 무료.
배병우 전=밋밋했던 오피스 빌딩에 새로운 표정이 생겼다. 서울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 1층에 들어선 ‘일우스페이스’ 덕이다.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는 마주보는 2개의 전시공간과 가로 10m 길이의 윈도 갤러리까지 갖췄다. 개관전으로 배씨의 사진 작품을 6월 6일까지 선보인다. 그를 대표하는 ‘경주 소나무’를 비롯해, ‘제주 오름’ ‘서해안 굴업도’ 등 대형 사진 14점을 전시 중인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신작 위주로 전시를 꾸몄다.
“사진은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는 작가답게 그의 사진은 회화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 ‘소나무 작가’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를 비교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의 고향 여수 바다부터 서해안 굴업도, 제주의 바다는 서로 다른 감수성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광고 로드중
기 부르댕 전=패션과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 청담동의 복합매장 ‘10꼬르소꼬모’의 개관 2주년을 맞아 제일모직이 마련한 ‘A Message For you전’ 매장이 자리한 건물 10층에 따로 공간을 꾸며 전시 자체를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구성했다. 같은 제목의 사진집에 실렸던 사진 75장과 미공개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20세기 시각 예술에 있어 가장 대담하고 흥미로운 아티스트 중 하나라는 평판에 걸맞게 그의 작품에선 단순한 상업 사진의 틀을 훌쩍 뛰어넘는 예술적 감각이 묻어난다. 색면 추상처럼 보이는 사진의 강렬한 색감, 구두 상자 안에 누워 있는 여인 등 색다른 발상과 특이한 구도, 사진 속에 담긴 또 다른 폴라로이드 사진 등 30여년 전에 찍은 사진임에도 지금 눈으로 봐도 사뭇 새롭다. 여기에 패션 화보를 촬영하면서 그가 찍어둔 영상을 사후에 편집해 선보인 공간은 사방을 둘러싼 거울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광고나 패션 사진을 상상의 힘으로 업그레이드한 부르댕 작품의 뿌리는 회화다. 그림을 전공한 그는 미리 스케치를 완성한 뒤 이를 모델에게 보여주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모호한 상징과 미래적인 이미지가 얽힌 사진은 초현실주의 작품이면서 한편의 영화처럼 다가온다. 5월 2일까지. 02-3018-1010
고명근 전=‘Blue wind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14일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올림푸스홀의 ‘갤러리 PEN’의 첫 전시다. 이곳은 올림푸스한국이 신사옥에 마련한 전시공간. 하늘 나무 건물 등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입체적 구조로 만든 고명근 씨의 사진조각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5월 30일까지. 02-6255-325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