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오네긴’
13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장일범 씨의 강연 ‘책으로 만나다-책, 음악과 만나다’가 열렸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청중은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페라와 책으로 함께 보며 작품 속에 빠져들었다.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날씨가 정말 춥죠? 한 분도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 오셨네요. 하지만 오히려 잘됐습니다. 지금 바로 이 추운 날씨가 러시아의 날씨거든요. 오늘 우리가 읽을 작품은 러시아 작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입니다.”
13일 오후 7시 반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는 봄답지 않은 추운 날씨에도 70여 명이 모였다. 2010년 연중기획 ‘책 읽는 서울’의 하나로 마련한 ‘책으로 만나다-책, 음악과 만나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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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의 강연은 ‘예브게니 오네긴’의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성격, 줄거리 설명으로 이어졌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
소설과 오페라 명쾌한 해설
때아닌 추위 속에도 성황
“자, 오네긴이 등장합니다. 최신 유행의 높은 모자에 빨간 재킷은 아무나 소화하는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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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이곳에 오셨나요?/안 오셨다면, 이 잊힌 쓸쓸한 시골에서/저는 영원히 당신을 모른 채,/이런 끔찍한 고통도 모른 채 살았을 텐데요.”(타티아나 연애편지의 일부)
타티아나는 세련된 도시 청년인 오네긴에게 첫눈에 반한 뒤 편지로 열정적인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백미’라 불리는 타티아나의 연애편지를 청중이 직접 돌아가며 읽었다. 어색해하던 사람들은 “좀 더 감정을 실어 읽어보라”는 장 씨의 유도에 곧 목소리가 커졌다. 이어 오페라 속에서 이 장면을 표현한 아리아를 감상했다.
“목관악기 연주를 잘 들어보세요. 바순, 오보에, 클라리넷, 플루트, 그리고 호른까지 타티아나의 마음속에서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1시간으로 예정돼 있던 강연은 오페라의 피날레 장면을 끝까지 감상하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청에 오후 9시가 가까워져서야 끝났다. 장 씨는 “‘예브게니 오네긴’은 이 작품만 읽어도 19세기 러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러시아 생활의 백과사전’”이라며 “푸시킨이 글을 너무나 생생하게 쓰기 때문에 읽어보시면 글 속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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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다’는 어렵고 딱딱하게 느꼈던 책을 음악과 영화를 통해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장 씨가 진행하는 ‘책, 음악과 만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진행하는 ‘책, 영화와 만나다’가 매월 둘째 넷째 주 화요일에 번갈아가며 열린다. 참가 신청 및 일정 확인 readingseoul.org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