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 1분기 우리 경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同期) 대비 성장률로는 2002년 4분기(8.1%)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넉 달 전인 작년 12월 발표한 4.6%에서 5.2%로 0.6%포인트 높여 잡았다.
한은의 연간 수정 전망치 5.2%는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 9.5%보다 4.3%포인트 낮다. 그러나 미국(2.5%) 일본(1.6%) 유로권(0.7%)은 물론이고 세계경제 평균 전망치 3.5%보다도 1.7%포인트 높다. 세계경제가 활기를 띠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 경제성장률이 거의 매년 세계 평균성장률을 밑돌아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최근 성장동력을 점차 복원하면서 경제 패배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통계의 착시(錯視)’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1분기 성장률이 7.5%라지만 비교 기준인 지난해 1분기는 글로벌 위기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4.3%로 추락한 때였다. 이른바 ‘기저(基底) 효과’를 감안하면 올 1분기 경제는 2년 전인 2008년 1분기보다 약 2.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선전(善戰)했다지만 0.2%에 머물렀다. 올해 5.2% 성장하더라도 아직은 경기과열이나 거품을 걱정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 장기 저성장 뒤끝의 ‘반짝 성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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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60년대 본격적 경제발전에 착수한 뒤 1997년 외환위기 때까지 40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국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이다. 더구나 향후 통일 비용 마련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등 재정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의 파이를 더 많이 키워야 한다. 장기 성장과 경제 위축에 이은 ‘반짝 성장’의 한계를 감안하면 섣불리 성장 중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금리도 적절한 시점에는 올려야겠지만 서두르다 회복세를 탄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시점을 신중히 선택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