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속 ‘민초들의 삶’ 되살리죠”
대학-종가 보관 공문서-일기 등
7 만여점 색인-목록 정리 마쳐
조선후기 지역생활사 연구 활용
금속활자 복원 사업도 벌여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은 영남지역에 산재한 고문서를 수집 정리해 관료 선비 향리 민중 여성 등 계층별 생활사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 5년간 고문서 7만여 점의 목록과 색인을 만들었다. 사진 제공 영남문화연구원
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에서 만난 황위주 원장(한문학)은 고문서를 통한 조선 후기 영남생활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 문을 연 연구원은 대학과 종가, 개인이 보관하는 고문서 7만여 점의 색인과 목록을 정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당대의 미세 생활사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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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에는 자식을 사고파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한 양인 부인이 1886년에 작성한 문서는 “남편이 죽고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 8세인 딸 점순과 이 집에서 얻어먹고 살아온 관계로 8냥의 가격에 (딸을) 영영 방매하니 후일 문제를 삼을 경우 이 문서를 올려 관에 고해 증빙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연구원은 7만여 점의 문서 중 61점을 간추려 그 뜻을 풀이한 ‘고문서로 읽는 영남의 미시세계’를 지난해 출간했다.
영남 지역 71개 군현에서 작성한 중기(重記)도 ‘영남지역 생활사 자료집성-중기 I, Ⅱ’로 엮어 최근 발간했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문헌정보학)는 “사무 인계로 작성된 문서여서 관아의 노비 수, 요강과 자물쇠·열쇠의 개수까지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고문서를 바탕으로 관료 선비 향리 민중 여성 등 계층별 생활사를 복원하는 연구를 인문한국(HK) 사업으로 2016년까지 진행한다. 고문서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사 연구 기반 자료는 올해 안에 ‘생활사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다.
정병호 경북대 교수(한문학)는 “올해 안에 생활사로 재현한 조선 후기 관료들의 생활을 내놓을 것”이라며 “당시 관료들은 공금으로 개인문집을 발간하기도 하는 등 근대의 기준으로 보면 불합리한 태도를 가졌지만 이를 그대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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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문화연구원이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함께 복원 중인 금속활자 제조과정. 사진 제공 영남문화연구원
연구자들은 생활사 연구를 하며 ‘특정 의도’를 가지는 것을 경계한다. 이들은 ‘고문서로 읽는…’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문서들에 담긴 음성이, 전체 역사의 구도를 위해 예비되었던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였다…현실은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다.”
대구=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