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수문장 이운재(수원)가 흔들리고 있다. 4일 서울과 K리그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골을 내주는 등 3골을 헌납해 1-3 패배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 5경기에서 12실점.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남아공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주전자리를 지켜온 그가 흔들리자 코칭스태프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운재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도 없다.
한 아마추어 골키퍼 지도자는 “골키퍼를 무시해서 나온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를 제외하면 골키퍼 코치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대학은 약 50%, 중고교는 30% 정도만 골키퍼 코치를 고용하고 있다. 서너 개 학교가 1명의 골키퍼 코치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중고교의 경우 감독 밑에 코치를 둘 경우 골키퍼 코치만 두기도 하는데 ‘1종 대형면허 소유자’란 특별조건이 붙는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골키퍼 코치가 버스운전사 역할까지 1인 2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현실은 더 열악하다. 골키퍼의 자질을 발견하고 일찌감치 키워야 하지만 극소수 학교를 제외하고는 골키퍼 코치가 전무한 상태다.
골키퍼 코치가 있는 경우에도 제대로 된 지도자 과정을 거치지 못해 엉뚱한 훈련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골키퍼 코치는 “현장에서는 공을 막는 법만 가르친다. 하지만 그런 기술에 더해 수비와 호흡하며 움직이는 법 등 다양한 전술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국제용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골키퍼가 인기 포지션이다. 은퇴한 독일의 올리버 칸,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 네덜란드의 에드빈 판데르사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체코의 페트르 체흐(첼시) 등 슈퍼스타가 즐비하다. 수비와 공격까지 지시하다 보니 머리 좋은 선수가 골키퍼를 하는 게 전통이다.
골키퍼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축구가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골키퍼를 홀대하는 풍조부터 바꿔야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