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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병 고치는 고압산소치료기 상처에도 효과

입력 | 2010-04-05 03:00:00

괴사부위 산소주입-치료
피 부조직 재생 등에 활용

치료용 체임버 턱없이 부족
의보수가 낮아 설치기피 탓




제주의료원 의료진이 한 번에 6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고압산소체임버에서 잠수병 환자 3명을 치료하기 위해 내부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제주의료원

《최근 침몰한 천안함 탐색작업 중 실신했던 군 잠수요원 1명이 잠수병으로 사망하면서 고압산소치료기(체임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체임버는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고농도의 산소를 호흡하도록 하는 것이다.
1960, 70년대 집집마다 연탄을 때던 시절엔 연탄가스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체임버가 흔했다.
전국적으로 300여 대가 있었고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였다.
이후 연탄 난방이 크게 줄면서 체임버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고압산소요법은 잠수병과 연탄가스 중독 치료 외에도 화상 창상 등의 회복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직도 활용하는 곳이 있다.》

○ “중화상 환자엔 감염위험” 반론도

고압산소요법은 체임버의 압력을 최소 2기압 이상 높여 고순도의 산소를 호흡하게 해 저산소증을 개선한다. 특히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질소가 기포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잠수병의 경우엔 고압으로 기포 덩어리를 없애 치료한다. 또 고농도의 산소가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상처 치료에 적합하다. 보통 체임버는 3기압 이상으로 살이 썩는 괴저, 수지 접합, 창상, 화상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또 다인용으로 6기압까지 올릴 수 있는 치료기는 잠수병의 치료에 주로 활용한다.

유럽의 경우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화상센터에 고압산소치료센터가 같이 있을 정도로 전신화상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상으로 괴사된 피부조직의 재생 속도를 배로 높일 수 있고 화상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전욱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교수는 “고압산소치료기는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중화상환자 치료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화상으로 괴사된 조직은 혈관이 자라면서 산소를 스스로 공급하기 때문에 상처 부위에 직접 산소를 주입해 치료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의원 피부과 등 개인병원에서 사용하는 산소치료는 대개 1.3기압으로 체임버 치료라고 할 수 없다.

○ 주로 바다인접지역서 체임버 운영

국내에선 잠수병을 치료할 체임버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경남 진해시 해군기지 내 해양의료원에 있는 체임버는 1979년에 도입됐고 의식을 잃은 환자 3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강원 동해시의 해군부대, 충북 청주시의 항공의료원에도 있다.

제주의료원은 아예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원은 지난해 한번에 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임버를 구입했다. 이곳엔 담당 전문의와 운영기사 등 총 5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의 세계로병원은 개인병원으로는 유일하게 고압산소치료 전문의를 두고 4인용 체임버를 운영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보건지소도 5인용의 체임버를 운영한다. 오태철 보건지소 체임버운영실장은 “이곳에 잠수부를 위한 ‘잠수기수협조합’이 있어 체임버를 도입했다”면서 “한 달에 40여 명의 잠수부가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부산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 서귀포의료원, 전남 완도군 한국해양기술, 강원 강릉시 폴리텍대, 전남 여수시와 경남 거제시 잠수기조합 등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 체임버를 활용하고 있다.

군 함정의 감압체임버는 천안함 수색에 투입한 광양함과 평택함에 각 1대가 있고 청해진함에 3대가 있다. 특히 청해진함의 체임버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수심 100m 이상에서 생긴 잠수병을 치료할 수 있다.

김희덕 세계로병원 원장은 “고압산소체임버는 응급용과 치료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에선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겨우 세 곳에 불과하다”면서 “제대로 된 체임버라면 화재 위험 때문에 담당 의사가 있어야 되고 100% 산소 공급, 고압으로 압축된 공기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수가 현실화나 정부지원 필요”

서울에선 서울의료원(옛 강남병원)에 유일하게 있던 6인용 체임버는 2007년 2월 폐기됐다. 서울의료원은 이 장비를 매각하려 했지만 사려는 곳이 없었다. 장비 노후와 수요 부족 탓도 있지만 의료보험 수가가 치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탓이 가장 컸다.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의료수가는 연탄중독 시 단순 산소탱크치료에 준하는 시간당 수가만 책정됐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성권 교수는 “체임버 운영에 드는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원가에 못 미쳐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고압산소치료를 두세 시간 받으면 일본은 150만 원, 필리핀은 300만 원, 호주는 3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국내엔 의료수가가 10만 원 정도다. 환자의 본인 부담은 4만 원 정도.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병원이 설치 운영을 기피한다.

제주의료원 관계자는 “센터 운영을 위해선 최소한 3명이 필요하므로 수가 현실화나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