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애끊는 사연마지막 훈련 이상희 병장‘꿈자리 뒤숭숭’ 사고당일 전화매일 전화통화 김동진 하사사고날 “엄마, 안녕히 계세요”
국방장관에 항의하는 가족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강당에 28일 오후 5시경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찾아와 구조 진행상황을 설명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신속한 수색구조를 촉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4월 말 전역을 앞두고 26일 실종된 이용상 병장(22)의 아버지 이인옥 씨(48)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말년 휴가를 나와 있어야 할 아들이 차디찬 바닷속에 갇혀 생사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 실종자 가운데 이 병장처럼 제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병장이 6명이나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해군 병 542기 4명과 544기 1명, 545기 1명으로 각각 4월 말, 6월과 7월 말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이 병장의 아버지 이 씨는 “25일 아들과 마지막 통화를 나눴는데 풍랑 때문에 휴가자가 탈 수 있는 작은 배가 출항하지 않아 휴가를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며 “당시 함장인 최원일 중령과도 통화했는데 ‘상황이 좋지 못하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휴가를 나와 있어야 하는데…”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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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같은 또 다른 이상민 병장(21)은 6월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27일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 도착한 여자친구 김모 씨(22)는 지난해 12월 이 병장의 생일 때 부대원들이 준 롤링페이퍼를 받아 보며 오열했다. 김 씨는 “지난해에는 생일을 같이 못 보냈는데 올해는 제대하면 같이 보낼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며 해군 관계자에게 “머물렀던 곳이라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배에서 생활해 다른 유품이 없다는 해군 관계자의 말에 김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실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끊이지 않았다. 실종된 정종율 중사(35)의 장인 정규태 씨(66)는 결혼 8년째로 여섯 살 난 외아들을 둔 사위의 실종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정 씨는 “딸이 남편을 놓아줄 수 없다고 오열하다 결국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면서 “고교 미팅 때 만나 15년 가까이 사이좋게 지내 ‘잉꼬 부부’라고 불렸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동진 하사(20)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진을 품에 안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매일 전화를 걸어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사고가 난 날에는 ‘엄마,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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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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