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얼 돌’을 소재로 한 연극이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행복한극장에서 공연 중인 ‘리얼 러브’(연출 이현규)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인 이윤설 씨의 2008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우수상 수상작이다.
주인공은 두 명의 남녀. 오피스텔 이웃인 서른일곱 소방관(남자)과 서른다섯 주차단속원(여자)이다. 남자는 불만 끄러 다니다 정작 자신의 가슴에 불 한번 질러보지 못했고 여자는 주차단속 딱지만 붙이다가 ‘처녀딱지’도 못 뗀 외로운 영혼들이다. 바로 옆집에 서로에게 맞는 짝이 기다리고 있건만 둘은 인연을 쌓아가는 것을 귀찮아한다. 어렵게 맺은 관계가 빗나갈 경우 받을지 모를 상처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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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엔 ‘리얼 돌’이 등장하지 않는다. 상대 배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무표정한 인형과 온갖 감정을 분출하는 인간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개의 의자를 제외하곤 블랙박스처럼 텅 빈 무대에 조명을 통해 공간을 창출한 실험적 무대연출도 신선하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가슴마저 바짝 마른 영혼들이라면 눈물을 흘릴 법도 하다. 이용한 추현옥 김원식 이미선 출연. 2만5000원. 4월 18일까지. 02-747-207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