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단 활력소 ‘20대 비평가’ 3인 인터뷰
17일 서울 청계천 인근에 모인 젊은 비평가들. 앞으로 어떤 비평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들은 “계속 질문을 던지는 비평”(김나영 씨·왼쪽), “독자와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비평”(강지희 씨·가운데), “창조적인 오답을 내놓는 비평”(강동호 씨)이란 개성 뚜렷한 답을 내놨다.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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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문학에 이은 젊은 비평의 등장일까.
최근 1980년대생 젊은 비평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예잡지, 웹진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문단의 관심도 크다.
계간 ‘문학동네’는 봄호에서 젊은 비평가 좌담을 실었으며 계간 ‘문학과 사회’는 여름호부터 2회에 걸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젊은 비평가 특집’을 게재할 예정이다.》
대부분 등단 2, 3년 된 이들에겐 기성 비평가들과 구분되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소설과 시를 구분하지 않고 장르를 넘나든다는 점,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는 “문학 자체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야기되는 시대에 장르의 넘나듦이 자유로운 젊은 평론가들이 등장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2008년 전후 등단한 또래 비평가들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나영(27), 강동호(27), 강지희 씨(24)를 17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났다.
―문학도 어려운 시대에 ‘문학평론’을 하게 된 이유는….
▽김나영=시와 소설을 읽은 뒤 해설하고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마냥 좋았는데 김현을 읽고 문학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렇게 고백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문학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려는 시도가 평론으로 이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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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분들이라 동시대 문학을 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은데….
▽강동호=대학 입학 후 2000년대 문학과 같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그 문학에 공감하고 긍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시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은 굉장한 압박이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서부터 비평적 자의식이 생긴 것 같다.
▽강지희=맞다. 우리에게 그 문학은 생경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재밌는 문학이다. 문학이 죽었다니, 한창 즐겁게 읽고 있던 중 날벼락이었다.(웃음) 그런데 독자들은 그와 별 상관없이 전처럼 박민규, 무라카미 하루키, 김애란을 읽지 않았나. 독자들에겐 별 상관없는 논쟁이었던 것 같다. 내 경우 2007년 영화 ‘디워’ 논쟁이 충격이었다. ‘더는 우리를 계몽하려거나 당신들만의 우아한 논리로 설득하려 들지 말라’는 당시 거센 여론을 보며 비평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김나영=우리에게 2000년대 문학에 대해 직관적인 공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동시대 작가의 출연에서 부담을 느끼는 면도 있다. 나는 아주 잘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비평적 논리로 설득해 가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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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 씨 (2009 계간 ‘문학과 사회’)
“문학에 대한 고백, 평론으로 이어져”
○ 강동호 씨 (2006 대산대학문학상)
“젊은 비평, 이론서 좀 더 자유로워”
○ 강지희 씨 (2008 조선일보 신춘문예)
“20대 설명할 새로운 담론 필요해”
―비평의 역할이 침체됐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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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희=문학평론뿐 아니라 다른 분야 역시 평론이 예전처럼 절대적인 위치에서 그 분야의 흐름을 선도하지는 못한다. 독자들의 의식이 성장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만의 감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학장 내에서 비평의 역할이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등장한 또래 비평가들에 대한 생각은….
▽강동호=문학을 무겁게 하던 시대가 있었다. 철학을 공부해도 미학의 전통인 헤겔부터 하고, 마르크스를 읽지 않으면 이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희 때 주로 읽었던 철학자들은 지제크 같은 이들 아니었나. 이론적으로 자유로운 세대다 보니 등단도 빨라진 것 같다.
▽김나영=작가들의 연령대도 낮아졌고, 다채로운 작품이 나오다 보니 비평에 있어서도 다양한 발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과거보단 좀 더 자유롭게 즐기면서 하는 부분이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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