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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로또예요, 로또”… 신청자 몰려 2시간씩 대기

입력 | 2010-03-10 03:00:00

■ 위례신도시 청약 첫날

접수창구 10곳 열어놨다 부랴부랴 10여 곳 더 열어
대기번호 지나칠까봐 점심 거르는 사람들까지
온라인 접수는 현장접수 8배




“제가 지원하는 평형은 서울에서 고작 17명 뽑는대요. 벌써 세 번째인데 이번에도 가망이 없는 건가…. 완전 로또예요, 로또.”(김모 씨·서울 강동구 둔촌동)

9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가든파이브.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첫날인 이날 이곳에선 현장접수가 진행됐다. 오전 6시경부터 신청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오전 9시 반이 되자 순식간에 접수창구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원래 접수창구를 10곳만 열어놨지만, 신청자들이 예상외로 쇄도하자 추가로 10여 곳을 열었다. 오전 시간이 지나가기도 전에 현장 신청자가 모집인원을 넘어섰고 오후 1시경까지 번호표를 뽑아 간 사람만 500명에 육박했다.

이날 청약접수는 인터넷 접수가 원칙이었다. 다만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저소득층을 위해 오프라인 접수를 병행했을 뿐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직접 현장에 몰려들면서 상담원들도 분주해졌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신청 때만큼 많은 사람이 현장에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청약조건이나 점수 계산을 혼자 하기 쉽지 않으니까 와서 물어보면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청자들은 이날 신청서 작성과 대기시간, 접수까지 합쳐 2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접수창구는 물론이고 뒤에 있는 대기용 의자들이 꽉 찰 정도로 줄이 길어졌다. 대기표 번호를 건너뛸까 봐 점심을 거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사전예약 모집 대상은 자녀를 셋 이상 둔 가구(234채)와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구(117채)를 위한 특별공급. 그렇다 보니 부모와 함께 온 20, 30대 젊은 부부부터 아기를 업은 40, 50대 주부들까지 다양한 신청자가 현장을 메웠다. 실제 접수는 하지 않고 일단 분위기만 보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며느리와 함께 온 이모 씨(70)는 “우리 며느리가 아이를 넷이나 낳아 점수가 꽤 높았는데 지난번에 떨어졌다”며 “이번에도 입지나 생활여건이 좋아 다시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접수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인터넷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신청한 사람은 현장접수분(658명)의 8배에 이르는 5083명이나 됐다. 국토해양부와 LH는 하루 종일 웹사이트가 원활히 가동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LH가 운영하는 사전예약 콜센터(1600-7100)도 밀려드는 전화 때문에 이날 온종일 상담 전화 연결이 순조롭지 못했다. 청약희망자들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봐도 ‘상담원이 모두 통화 중이니 다시 전화해 달라’는 안내메시지만 들어야 했다.

청약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미처 자격요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특히 3자녀 특별공급은 자녀가 미성년자여야 되고, 노부모 특별공급은 3년 이상 부모와 거주해야 되는데 이 조건이 안 돼 많은 이가 발길을 돌렸다. 구경재 씨(70)는 “딸을 대신해 왔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 보니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접수를 못하고 그냥 돌아간다”며 “조건이 너무 복잡하고 헷갈려서 여기 와서는 계속 안내 팸플릿만 읽어봤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람은 몰리다 보니 이미 몇 차례 낙첨한 무주택자들은 접수현장에서 또 한 번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자녀가 셋 이상인 특별공급 신청자들은 이번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크기(전용면적 51∼84m²)가 많은 식구와 살기엔 너무 작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모 씨(42)는 “자녀가 셋인데, 아이들이 크면 함께 살기엔 크기가 작아서 84m²에 1지망만 했고 2지망은 쓰지도 않았다”며 “작년엔 자격이 안 돼 신청을 하지 못했고 이번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왔는데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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