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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오기 전에 조짐을 알아채고 혁신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겪고 나서도 바뀌지 않는 집단도 있다. 기업이라면 전자는 살아남아 성장하는 반면 후자는 이미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위기를 딛고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야 부(富)도 창출되고 일자리도 생긴다.
팔뚝질 수억 번 해도 일자리 못 지켜
그러나 기업과 경제만 홀로 성장할 수는 없다. 정치와 제도가 뒤처져 있다면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떨어진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변화에 민감한 선두권으로 기업과 시민단체 그리고 가족을 꼽았다. 노동조합과 관료조직 그리고 의회와 법원은 대표적인 느림보 조직으로 분류됐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하는 데 비해 정치인은 3마일, 법원은 1마일 속도로 움직인다고 비유했다. 노동조합은 호박에 박힌 화석처럼 변화에 무딘 조직으로 꼽혔다. 이런 느림보들 때문에 미국사회가 더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얘기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도 잘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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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변화에 둔감한 노동계에 변화의 바람이 예고돼 있다.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가 실시된다. 노조는 금단현상을 보일 것이다. 노조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조도 기업도 발전하기 어렵다. 노조 조직률(근로자 중 노조 가입률)은 20년 전의 절반 수준인 10%로 떨어졌는데도 노조가 기득권만 지키려고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작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파업을 주도했던 민노총의 산하에서 이탈하는 노조가 많아졌다. 작년 쌍용차 KT 등 수십 곳에 이어 올해는 대표적 강성 공공기관 노조였던 영화진흥위원회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다. 과격한 불법 파업에 대해 후회하는 소리도 나온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주초 쌍용자동차의 김규한 노조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반성문 편지도 그중 하나였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작년에 구조조정에 반대해 77일간이나 계속했던 불법 파업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노사 상생의 모범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도 한때는 강성 노조의 지도부였다. 2006년에는 노조 부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의 노조관이 달라졌다. 그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팔뚝질을 수억 번 했지만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팔뚝질 없이도 고용을 지키는 게 참다운 노조”라고 했다.
불법파업 부추긴 외부세력 몰아내야
그러나 정작 반성문을 써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쌍용차와는 관련이 없는 외부 단체들이 쌍용차 파업을 주도해 불법 폭력 파업으로 몰고 갔다. 일부 정치인은 파업을 옹호하고 부추겼다. 노조원들은 “외부세력이 농성 파업을 해야 정부가 개입하고 해고되지 않는다면서 파업으로 몰고 갔다”며 속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외부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에 의해 불법 파업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외부세력은 반성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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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