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연아 점프할때 눈 감았는데 눈 떠보니 성공했더라”
“모태범 선수가 이렇게…” 김연아 박장대소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단과의 오찬에 앞서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선수로부터 선물 받은 고글을 쓰고 모 선수가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의 동작을 흉내 내고 있다. 왼쪽부터 모태범 이규혁 선수,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이상화 김연아 선수. 청와대사진기자단
작년 4월 이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조찬 회동 이후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방문한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메달 따면 지지율 올라간다던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걱정됐나요?”라고 답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동아일보는 3월 2일자 A6면에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3∼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 전 회장은 오찬 전에 겨울올림픽 선전을 거론하며 “우리나라가 복이 많은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 선수는 국민이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고 위로했고, 봅슬레이의 강광배 선수에게는 “19등이었나”라며 “이건 금메달이다. 1등 한 선수가 우리 같은 (열악한) 조건이면 결선에 못 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사 중간 질의답변 코너에서 김연아 선수는 “선수로서는 일단 목표를 이뤘다. 아직 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잠시나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박성인 선수단장은 “김 선수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감사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26일 워싱턴을 방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김 선수의 연기를 극찬했다.
곽윤기 선수는 시상대에서 췄던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즉석에서 재연했다.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경기 때 썼던 고글을 이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쓰고 모 선수가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의 동작을 흉내 내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김연아 선수는 자필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선물했다. 김 선수는 이날 오후 전지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