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을 여는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에서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의 두 자율고에서 정원의 20%를 선발하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은행 간부의 자녀 등 무자격 학생 4명이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자율고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은 무자격 합격자를 철저히 가려내 입시 부정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자율고 입시의 사회적 배려자 전형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이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에게 입학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서울의 한 중학교는 저소득계층이 아닌데도 학부모가 졸라 교장 추천서를 써줬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 무자격 학생의 합격이 확인될 경우 해당 학생들은 빈곤층 학생의 자리를 가로챈 셈이 된다. 자녀의 입학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들의 빗나간 교육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학부모의 불법에 동조한 중학교 측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엉터리 추천서를 믿고 학생을 받은 자율고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배려자 전형 제도에도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교장의 추천서 제출만으로 지원이 가능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입학사정관제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2011학년도 입시부터 특수목적고와 대학의 입시에서 확대될 예정인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사람이 사람을 뽑는’ 시스템이다. 입학사정관은 전형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소양과 자질을 가졌는가를 판단한다. 이때 활용하는 중요한 자료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와 추천서다. 학교장이 엉터리 추천서를 쓴다면 입학사정관제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공정성이 담보되는 ‘점수 입시’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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