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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레이스 ‘강자’…폐활량도 동료보다 20% 앞서
허벅지-종아리 두께편차 최저…“곡선주로 강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대표선수들을 여럿이 인터뷰 할 때, “당신의 레이스 전략은?”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것은 말하기가 좀….”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이 바로 자신의 메달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얘기하자면, 그만큼 한국에는 메달 후보가 많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이정수(21·단국대) 역시 안현수(25·성남시청)와 이호석(24·고양시청) 등 스타의 빛에 가려진 ‘흙 속 진주’였다.
이정수는 스케이트를 시작한 시점(12세)부터 다른 대표 선수들에 비해 늦었다. 주니어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낸 이정수는 2008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2008∼2009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1차 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9∼2010시즌에는 1000·1500m에서 나란히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이미 올림픽 개막 직전 AP통신은 이정수를 3관왕 후보로 점치기도 했다. 이름값보다는 최근의 상승세에 주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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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이 뛰어난 장점은 21일 남자1000m레이스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이정수는 레이스 중반까지 5명의 선수 중 가장 뒤에 있었지만 이호석과 함께 선두권으로 치고나간 뒤 마지막 바퀴에서는 이호석까지 제쳐 버렸다. 2009년 10월, 복사뼈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운동을 쉬었던 이호석은 레이스 막판이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정수의 심장과 근육은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상태로 예비돼 있었다.
이정수의 또다른 장점은 완벽에 가까운 신체 밸런스다. KISS에 따르면 이정수는 대표팀 내에서 좌우 대퇴위(허벅지)와 하퇴위(종아리)의 두께의 편차가 가장 적은 선수다. 최고파워와 평균파워 등은 단거리(500m)가 주종목인 성시백(23·용인시청)에게 뒤지지만, 근력의 차이가 적어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KISS 최규정(54) 전문체육연구실장은 “이정수처럼 좌우밸런스가 좋은 선수들은 곡선주로에서도 스피드를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