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현대캐피탈·현대카드치열한 협상 10개월… 결과는 절묘한 역량 결합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강점 보유한 두 파트너어려운 협상 끝내자 투명하고 개방적 협업 정착기존의 고정관념 깨뜨리는 선택으로 혁신 지속
GE와 현대캐피탈·현대카드의 전략적 제휴는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치열한 사전 협상, 투명한 협업 문화의 정착,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선택이 핵심 성공요인이다. DBR 자료 사진
현대캐피탈·현대카드와 GE의 전략적 협업은 절묘한 역량 결합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GE는 높은 신용등급에 기초한 자금 조달 능력과 앞선 리스크 관리 기법을 보유했고, 현대는 한국 시장에서 탄탄한 고객 기반과 영업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상호 보완적인 이들 역량이 결합하면서 두 회사의 강점은 극대화되고 약점은 보완되는 최상의 조합이 만들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에 8조7802억 원이었던 현대캐피탈의 자산은 양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2004년 이후 4년 만인 2008년에 16조67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50억 원의 적자에서 5054억 원의 흑자로 반전됐고, 총자산이익률(ROA)은 ―2.13%에서 2.35%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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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직 문화와 강점이 서로 다른 두 파트너가 만나 협업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데는 겉으로 보이는 역량의 조합 외에 또 다른 성공 요인이 내재돼 있었다. 이는 두 파트너가 협상 진행 단계와 협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논의를 거치고 의사소통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서로 신뢰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2003년 10월 두 파트너가 협상을 시작한 후 투자 및 협력 계약서에 서명하기까지 총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대 측 협상단 실무 책임자였던 최진환 전무(당시 이사)는 “투자와 관련한 협상은 4개월도 안 걸렸다. 당시 우리는 이제 협상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길고 힘든 협상은 그 이후부터였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합작 법인의 리스크 관리, 마케팅, 영업 등 각 분야의 운영 프로세스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협상이 6개월이나 더 이어졌다.
현대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 조건도 있었다. ‘대손율(부실 대출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 즉각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현대 측에서는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개선점을 찾아야지, 영업부터 중단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힘겨운 협상이 지속되자 임직원 사이에서 계약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됐다. 협상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 공동 경영을 하면서 견해가 엇갈리면 회사 운영이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치열한 사전 협의는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사고 체계, 문화 차이, 조직의 특수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줬다. 최 전무는 “협업 시작 전에 반 년 동안이나 협의하면서 구체적인 상황별 대처 방안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막상 협업이 시작되자 세부 조항을 실천해야 할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없이 혁신전략 수립 같은 건설적 논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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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또 지속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갈등은 건전한 불일치’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줬다. 합작 법인은 이런 노력을 통해 과거의 현대와도 다르고, GE와도 다른 새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했고, 이는 직원들의 역량 발휘를 극대화했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인력 채용 방식까지 바뀌면서 컨설팅사나 금융회사 출신의 우수 인력이 몰려들었다.
현대캐피탈은 경쟁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금융사기 대응팀(Anti-fraud Team)을 구성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GE가 이 팀에 인력을 무려 40명이나 배치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대 측은 다른 경쟁사에는 있지도 않은 조직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반발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연체율이 6, 7%대(경쟁사들의 연체율은 약 20%에 이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팀에는 140여 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GE의 반발을 불러온 사안도 있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지속된 카드 사태로 대부분의 카드 회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일 때 현대카드는 과감하게 마케팅 투자를 늘렸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카드가 후발 주자에서 단숨에 선두권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래 B2B(기업 간 거래)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GE 본사 경영진은 불황기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에 현대 측 임원들은 물론이고 GE 측 임원까지 나서 GE 본사 경영진을 설득했다.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한 수치를 앞세워 설득한 것이 주효했고, 결국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반 버닉 부사장은 “합작 회사는 GE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현대캐피탈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가장 좋은 점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함으로써 더 강한 조직을 만든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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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홍세화 인턴연구원·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 애경+GS홈쇼핑+조성아 원장
홈쇼핑 화장품 ‘조성아 루나’ 대박 신화
제조-유통-아티스트 브랜드 ‘찰떡 궁합’… 독창성으로 소비자 ‘잠재 욕구’ 충족
2004년 당시 화장품 시장은 수입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숍 상품으로 양분돼 있었다. 종합 생활용품과 화장품 전문회사인 애경은 이 틈바구니에서 수입 브랜드의 트렌디한 감각과 높은 품질을 갖췄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04년 10월, 제품 개발 및 콘셉트 연구에 착수한 애경은 홈쇼핑 유통 채널을 활용한 아티스트 브랜드를 만들기로 하고 협업 파트너를 찾았다. 유통 채널 협업 파트너로는 GS홈쇼핑을, 아티스트로는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있으면서 언변이 뛰어난 조성아 원장을 낙점했다.
제조 기업, 유통, 브랜드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조성아 루나는 시장 판도를 바꿨다. 조 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세대로 17년간 1만 명이 넘는 여성을 만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루나에 활용했다. 백화점과 로드숍이 아닌 홈쇼핑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유통 마진을 줄이면서 8∼11종의 색조 풀 라인을 9만9000원에 판매했다.
또 루나는 홈쇼핑이라는 유통 채널과 협업함으로써 기존 화장품에선 제공하기 힘들었던 보완적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 자신도 잘 몰랐던 ‘잠재 욕구(unmet needs)’를 채워줬다. 개발자인 조 원장은 루나 출시 이후 매회 방송에 직접 출연해 쇼핑호스트와 함께 메이크업 테크닉을 자세히 소개했다. GS홈쇼핑 역시 단순히 방송 스케줄을 잡아주는 데서 끝난 게 아니라 방송 콘셉트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조 원장, 애경과 함께 고민했다.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화장법이 무엇인지를 사전 조사해 방송에 반영했다.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못 보거나, 방송을 보고도 곧 잊어버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별로 자세한 사용법을 사진과 함께 담은 10장 내외의 카탈로그 발송도 잊지 않았다.
매 시즌 진행되는 콘셉트 룩 아이디어 회의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애경, 조 원장, GS홈쇼핑의 3자 간 충돌이 일어날 때 적용한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말고 치열하게 싸우자’는 협업 원칙도 루나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동종 업계 간 협업에선 일정한 시점에 어느 한쪽이 일부분 양보해야 협업이 속도를 낸다. 반면 이종 업체 간 협업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으면서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제시해 각자의 핵심 역량이 제품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 애경의 정지은 화장품 마케팅팀 과장은 “서로 진정성을 다해 아이디어를 내놓다 보면 어느 순간 3자가 만족할 만한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각 협업 주체가 가진 핵심 역량을 제대로 노출시키기 위한 작업이라고 본다. 조 원장은 “아이디어를 둘러싸고 3자 간 갈등이 고조되면 어느 순간에는 조금씩 양보하면서 평균점을 지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고객들에게 무한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소구점, 즉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확보하면 그 시즌의 제품은 성공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박윤영 인턴연구원·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1호(2010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단어는 숫자보다 강력하다. 단어를 활용하면 기업은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해나가며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숫자, 지도, 도표보다 단어를 더욱 잘 이해한다. 따라서 대본 형태로 전략을 수립하면 직원들의 상상력을 북돋울 수 있다. DBR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 2월호에 실린 ‘Strategy Tools for a Shifting Landscape’를 전문 번역했다.
▼트렌드 돋보기/앱스토어 성공 부른 ‘후광 효과 전략’
현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도요타의 위기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도요타의 생산 방식은 포드가 시작한 효율성 혁명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효율성 지상주의는 갑작스러운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고, 혁신과 품질 등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 21세기 창조경제에서는 어느 정도의 느슨함이나 여유, 잉여, 중복 등의 ‘의도적 비효율성(deliberate inefficiency)’이 경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Trend & Insight/전쟁과 경영/하루 만에 무너진 ‘난공불락의 요새’
강화도는 몽골군의 침공을 막아내며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병자호란 때 청나라군은 뗏목과 부교를 이용해 하루 만에 강화도를 함락시켰다. 강화도는 요새로서 장점이 있지만 해안선이 너무 길어 방어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외부 정보와 지식이 단절된 상황에서 선조들은 제한된 정보만 받아들였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안전만 추구하며 난공불락의 요새에 대한 맹목적 신념만을 키워갔다. 외부 지식을 적극 받아들이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아야 요새도 의미가 있다.
▼Knowledge@Wharton/직영 매장 vs 독립 소매 매장: 충돌 혹은 공존
최근 제조업체들이 자사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 소매 매장 근처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직영 매장은 독립 소매 매장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독립 소매 매장과의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직영 매장 옆에 있는 독립 소매 매장은 소매 매장들끼리만 경쟁할 때보다 해당 제조업체의 브랜드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마케팅 노력을 쏟아 붓는다.
▼Harvard Business Review/Rethinking Marketing
많은 기업이 고객을 이해할 수 있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을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대중 매체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에만 의존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마케팅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개별 상품만 마케팅하지 말고,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케팅 부서를 ‘고객 관리 부서’로 변화시키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최고고객관리자(COO)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