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대체기술 속속 개발… 한숨 돌린 동물들
화장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살아 있는 토끼를 대상으로 ‘눈 점막 테스트’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끼는 생명을 잃거나 큰 고통을 겪는다. 국내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연구원들은 요즘 살아 있는 토끼 대신 막 도축한 소의 눈이나 달걀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한다. 이태룡 아모레퍼시픽 안전성연구팀장은 “7, 8년 전부터 토끼 대신 살짝 부화시킨 달걀을 쓰고 있다”며 “1년에 달걀만 수천 개를 쓰는데 덕분에 수백 마리의 토끼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에는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이 뒤따랐다. 과학자들은 매년 위령제를 지내며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지만 실제로 희생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실험동물 대체 기술’이 등장하면서 실험동물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있다.
토끼 눈 쓰는 ‘점막 테스트’ 사라져
실험용 쥐 대신 어류 이용하기도
유럽선 아예 인공피부 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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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알레르기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기 위해 설치류의 일종인 기니피그를 사용했다. 4주나 걸리는 실험을 한 번 하는 데 기니피그 10∼30마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방사선을 이용한 국소림프절시험법(LLNA)을 많이 쓴다. 테스트할 물질을 실험용 쥐인 마우스의 귀에 바른 뒤 3일 후에 방사선으로 세포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마우스 4마리만 이용하면 되고 실험 기간도 1주로 짧다.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마우스 대신 관상 열대어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같은 동물이지만 포유류인 마우스보다는 어류인 제브라피시가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제브라피시는 인간과 유전자가 90%나 같아 유전자의 기능 등 다른 생명과학 실험에도 널리 쓰인다. 독성물질의 돌연변이 시험에는 더 하등한 동물인 살모넬라균이 쓰이기도 한다. 토끼 대신 달걀을 이용하는 ‘헷캠’ 실험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대체 기술은 동물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다. 로레알 등 유럽의 화장품 회사들은 실험동물 규제가 강해지면서 인공피부 등을 개발해 쓰고 있다. 사람의 피부세포를 배양한 뒤 진짜 피부처럼 3차원(3D) 조직을 만들어 화장품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 미래엔 인공 장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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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는 곳은 화장품 회사다. 김배환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은 2013년까지 화장품에 관한 모든 동물실험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제화 추세에 따라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박 교수는 “앞으로 3D 인공 장기를 만들거나 컴퓨터 가상 실험이 널리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