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체력 튼튼하고확실한 시장만 있다면장기적으로 크게 올라
그렇다면 대규모 신규 투자가 기업의 주가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많은 투자자는 성공이 불투명한 신규 투자가 기업의 주가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이 신규 투자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실제 시행한 회사 가운데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현대제철, OCI, 제일모직, 삼성SDI, LG화학, 효성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무적 체력이 튼튼한 회사라는 점이다. 신규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고 투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어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올해 초 일관제철소 첫 고로를 시험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은 연간 800만 t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투자를 2007년 1월 시작했다. 총 5조8000억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지금도 투자가 진행 중이다. 투자가 시작될 시점의 현대제철 차입금 비율은 59.8%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9월 107.9%로 높아졌지만 현대모비스 지분 처분 등이 이뤄지면 50∼6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후 주가는 165%가량 상승했다.
2007년 4월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지분을 인수한 제일모직은 차입금 비율이 31.6%, 2008년 8월 2차 전지 제조합작사를 설립한 삼성SDI는 차입금 비율이 12.7%에 불과했다.
효성은 신규 투자 결정으로 웃기도, 울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하이닉스 인수를 선언했다가 기관투자가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인수를 포기했던 효성은 사실 신규 사업 진출로 큰 이득을 봤던 회사다. 2007년 9월 효성은 1300억 원을 들여 울산에 연간 5000만 m² 규모의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보호필름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해당 사업을 지원해주면서 일본 업체가 장악한 국내시장을 확보할 전망이 밝다.
제일모직이 편광필름 제조업체를 649억 원에 인수한 뒤 주가가 오른 것은 계열사인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매입처를 확보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지난해 7월 LCD용 유리기판사업에 4300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도 LG디스플레이라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고로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부품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