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금빛환호…“약속지켜 고맙다”
세상 그 누가 믿어주지 않아도 기댈 수 있는 존재는 가족이다.
16일(한국시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21·한국체대) 역시 마찬가지다. 모태범의 아버지 모영열(52)씨는 “우리 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못 받아 부모 입장에서 많이 서운했다”고 털어놓았다.
모태범은 당초 금메달 후보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 핸드볼 선수였던 아버지는 부상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자신의 운동신경을 꼭 닮은 아들이 스케이트를 처음 신던 날. 아버지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들은 벌러덩 넘어지는데 어찌나 잘 타던지…. 링크 한 바퀴를 거뜬히 돌고 오는데, 저놈 참 소질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누구보다 운동선수의 길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자기가 좋다는 것을 말릴 수 있는 아버지는 없었다.
운동신경보다 아버지가 물려준 더 큰 자산은 오기였다. “밴쿠버 가기 전이었어요. 아들과 통화를 하는데 그러더라고요. ‘주목을 못 받으니, 더 잘해야겠다’고.” 결국 아들은 약속을 지켰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